[충청매일]  “김 객주님, 도편수가 말한 대로 해보십시다!”

최풍원이 김상만에게 판길이가 제안한 물막이 방안을 써보자고 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김상만도 달리 반대할 대안이 없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물막이 공사가 재개되었다. 치목소에서 대들보로 쓰일 목재가 샛강 보막이 공사장으로 옮겨졌다. 역시 나무를 다루는 일은 목수들이 단연 으뜸이었다. 목수들은 어른 몸무게보다도 몇 배는 더 나갈 목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세찬 물줄기를 가로질러 양편 보와 말뚝에 능숙한 솜씨로 얽어맸다. 가장 큰 대들보 하나가 설치되자 그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졌다. 샛강 너비만큼이나 기다란 재목이 가로질러지자 위태롭게만 보이던 보가 보기에도 든든해보였다.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제일 큰 힘을 받는 샛강 가운데 물살에 얼기설기 나무 들보들이 엮어졌다. 그 정도만으로도 물살의 기세가 반은 꺾인 듯 보였다. 그렇지만 보를 쌓을 일꾼들이 모래 섬을 지고 들어가려면 흐르는 물을 완전하게 막아야 했다.

“생솔 나뭇단을 풀어놓으시오!”

샛강 위에서 나뭇단을 쌓아놓고 기다리던 일꾼들을 향해 김상만이 소리쳤다.

사람들이 묶어놓았던 나뭇단을 일제히 강물로 던지기 시작했다. 장마철 물난리 만난 강처럼 나뭇단들이 물을 따라 둥둥 떠내려 왔다. 그 모양이 마치 강물 위에 쌓아놓은 짚가리처럼 보였다. 샛강 위에서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나뭇단을 집어던졌다. 물 위에 떠있는 나뭇단이 보가 가까워질수록 물살이 빨라지며 가운데로 몰렸다. 대들보로 가림막을 해놓은 샛강 중심으로 물이 몰리며 물살이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거기 있는 사람들, 빨리 일루 오시오!”

김상만이 샛강 위에서 나뭇단을 던지던 사람들을 물막이 보 아래로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물살을 따라 빠르게 흘러내리던 나뭇단이 보 한가운데 설치해놓은 대들보에 막히며 팽그라미처럼 휘도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뭇단이 대들보에 걸려 물줄기를 막았다. 계속에서 밀려드는 나뭇단이 층층이 쌓여갈수록 청초호로 흘러들던 수량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물길을 막은 보 위쪽은 급격하게 수위가 높아졌다. 그때 물막이 보에서 우직우직하는 소리와 함께 쌓아놓은 보가 움쩍거렸다. 흐르던 물이 막히며 그 힘을 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애시당초 샛강을 막는단 게 넋 빠진 거 아니여?”

“도랑을 막는 것도 힘든 판에 샛강을 막는다는 게 정신 나간 거 아녀? 샛강도 강인데…….”

“아무래도 위험 혀!”

샛강 물막이 보 옆에서 무서운 기세로 차오르는 물을 보며 사람들은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뭇단들은 계속해서 밀려와 쌓이고 물은 계속 차올라 보를 넘칠 것처럼 넘실거렸다. 물속에서는 묵직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저러다 보 터지는 거 아녀!”

모두들 불안한 마음으로 보를 바라다보았다. 물막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래 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꾼들도 보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에 혹여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 두려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물이 보까지 찰랑찰랑했다. 보가 또 한번 크게 움쩍했다. 물속에서도 큰 나무 허리가 부러질 때처럼 우지끈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보 무너진다!”

사람들 비명소리가 터졌다.

그런데 그 순간 보를 향해 무섭게 샛강으로 밀려들며 수위가 높아지던 물이 역류하며 남한강 본류로 흐르기 시작했다. 샛강의 보를 높이 막은 까닭에 본류의 큰물보다도 수위가 높아지자 물이 반대로 쏟아져 내렸다. 보를 삼킬 듯 넘실대던 물이 빠르게 낮아졌다. 우지끈거리며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도 사라지고 움쩍거리던 보도 흔들거림이 사라졌다. 청초호로 흘러들던 물줄기는 서리 맞은 호박 이파리처럼 수그러 들며 봇도랑처럼 졸졸 흘렀다.

“어서 모래 섬을 나르시오!”

때를 놓치지 않고 김상만이 일꾼들을 독려했다.

일제히 동몽회원들과 일꾼들이 모래 섬을 어깨에 메고 허리에 지며 샛강으로 들어갔다. 물가에서 지켜보던 목수들도, 구경나왔던 사람들도 달려들어 모래섬을 지고이고매고 샛강으로 뛰어 들어갔다. 모래 섬을 나르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줄나래비를 이뤘다. 청초호로 흐르던 물이 완전하게 멈췄다. 마침내 샛강 물막이 보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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