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례 해당 안돼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개인이 부담
소방관 “다음 출동에 대한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과속”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충북 청주 서부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A씨는 출동지령을 받고 구급차를 운전해 현장에 출동했다.

1초가 아쉬운 긴급 상황에 A씨는 제한최고속도를 넘겨 과속을 했고 단속카메라에 적발됐다. 현행 도로교통법 29조와 30조 등에 따르면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자동차’로 지정된 차량이 ‘긴급 상황’에서 과속이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면책하도록 정하고 있다.

며칠 뒤 A씨는 과태료 처분 통지서를 받았고 당시 근무일지와 출동지령서 등 서류를 관할 경찰서에 보낸 후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같은 소방서의 B씨는 출동 후 복귀하는 도중 다음 출동 대비를 위해 마음이 급한 나머지 과속을 했고 카메라에 적발됐다. 하지만 면책특례가 정한 ‘긴급 상황’에 해당되지 않아 과태료를 떠안게 됐다.

소방서 복귀나 수리, 다음 출동을 위한 정비 등은 ‘긴급 상황’에 속하지 않아 일반차량처럼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이 정하는 ‘긴급 상황’의 기준이 인력과 장비부족에 허덕이는 일선 소방서 근무체계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 서부와 동부소방서의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50여건에 달한다.

서부소방서 기준 관할 내 구급차량은 7대로 하루에 7회 이상 출동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2교대 근무를 하며 과도한 출동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의 마음이 급한 이유다.

소방서 관계자는 “출동해서 환자를 병원 응급실에 내려주는 순간 법이 정하는 ‘긴급 상황’은 끝난다”며 “하지만 곧바로 이어질 다음 ‘긴급 상황’ 출동까지 서에 복귀해 시트를 청소하고 구급장비를 보충해야 하는 일선 구급대원들은 의도치 않게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청주시 소방서의 면책특례에 따른 소명 자료 제출 건수는 올해만 110여건이 넘는다.

소방관 C씨는 “구급차량 6개월만 운전하면 과태료 통지서가 수북하게 쌓인다”며 “면책특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서류를 제출하고 대부분 면제 받을 수 있지만 그 이외의 과태료는 운전자 개인이 부담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환자를 가장 가까운 병원에 이송해야 하나 응급실이 가득차거나 타 지역의 전문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 복귀가 어렵다”며 “그 동안의 빈자리를 타서에서 메꾸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속 등 위반을 하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일선 구급대원들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빨리 이송해야 하는 임무와 이어질 또 다른 출동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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