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충청매일] 이 세상 누구라도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노년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노화는 피할 수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노년의 삶의 질을 떨어드리는 사중고(四重苦)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반드시 겪어야하는 바로 나의 일이다.

첫 번째는 빈곤고(貧困苦)다. 같은 가난이라도 노년의 가난은 더욱 고통스럽다. 한국은 가난으로 고통 받는 노인이 45.1%로 OECD국가 중 최고의 수준이다. 빈곤으로 인해 수명도 9.1년이나 짧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자살까지 이어져 빈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양의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사회 안전망(보험, 연금 등)이 잘 이뤄져 노후준비는 70%의 노인이 여기에 의존해오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식에게 효(孝)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급진전되고 자식에 대한 효행의 기대는 우리 노인에게 실망만 높여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해결방법이 따로 없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일차적 책임은 준비 못한 본인의 책임이지만 이들이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한 노력에 따른 최소한의 배려는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고독고(獨獨苦)다. 젊었을 때는 어울리는 친구도 많고 주머니에 쓸 돈도 있어 친구, 친지 등을 만나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나이 들어 수입이 끊어지고 더 나이가 들면 친구들도 하나둘 먼저 떠나가고 거동도 힘들어 나들이도 어려워진다. 그때의 고독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것이 마음의 병이되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지내는 연습도 필요하다. 고독고는 혼자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셋째는 무위고(無爲苦)다. 나이 들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고문이다. 몸도 건강하고 돈도 가지고 있지만 할 일이 없다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년의 가장 무서운 적은 무료(無聊)함이다. 그래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과 연관 짓는 것은 필수적이다.

넷째는 병고(病苦)다. 늙었다는 것은 육신이 달았다는 뜻이다, 오래 사용했으니 여기 저기 고장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노인의 21.8%가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중에 치매는 5년 전에 비해 212.7%가 증가 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노인 장기 요양보험 서비스는 전체 노인의 5.6%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질병증가로 인해. 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0년 전에 비해 4.5배가 증가했지만 정부의 의료보험 보장율은 64%에 불과해 노인 개인 가계파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보건복지부 통계)

수많은 노인이 병고에 시달리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것도 있지만 건강 할 때 몸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 중에 하나다. 나이 들어 계속 할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걷기운동이다. 오래동안 꾸준히 걷는 사람은 아픈데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한국의 노인 인구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화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금년도 노인 이구는 796만명이지만 2024년 995만명 2025년이면 노인 인구 1천만명 시대가 온다. 5명 중 1명은 노인으로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년의 사중고(四重苦)는 옛날이나 지금도 앞으로도 모두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100세 시대 노후 준비를 잘하면 최소화 할 수 있다. 그 준비 정도에 따라 한 인간의 노년은 삶의 질은 전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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