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조촐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친구는 요즈음 초등학교에서 당직전담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초등학교 계약직 당직전담원으로 근무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천진스러운 아이들이 있기에 더욱 좋다고 했다. 친구는 교사였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교사가 되었고, 열심히 교재 연구를 하며,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쳐왔다. 그렇게 3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났다. 이제 교육이 무엇인지 알만해 졌는데 어느새 정년이 돼 교단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학생들이 뛰어노는 학교에서 다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도 했다. 당직근무를 하고 아침이면 운동장의 쓰레기를 줍기도 하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과도 자연스레 안면을 트고 지내게 되었다고 했다. 어느 날, 학교 강당에 에어로빅을 하러 오시는 노인 중의 한 분이 갑자기 허리에 부상을 당해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친구는 그분을 부축해 인근 아파트까지 모셔다드렸다고, 그 일이 학교와 주변에 알려지면서 친구는 지역주민과도 친해지고 덩달아 학교생활도 더욱 즐거워졌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교사 시절에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선생님들이고, 선생님들만 잘하면 교육은 저절로 잘 이뤄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퇴직하고보니 소위 학교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분들의 역할도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학교에는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정규직 교직원과 시간제나 전일제 강사, 또는 기간제 교사와 행정직, 기능직 공무원 외에도 공무직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당직근무원, 조리원, 기숙사 사감, 행정실무사, 교무실무사 등의 구성원들이 있다. 그리고 그분들 역시 각각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학교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수업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물론이고 조리종사원이나 당직근무원이나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비정규직 직원도도 주어진 역할에 성실하게 임할 때 비로소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학생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처럼 전국의 많은 학교 비정규직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필자는 믿는다.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도 느껴질지라도 그분들이 계시지 않다면 학교는 결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다.

비단 학교 비정규직만이 아니다. 학교에는 소위 지킴이 선생님이라고 지칭하는 자원봉사자분도 있다. 아침 등교하는 학생을 위한 교통지도는 물론 교문 지도와 쉬는 시간 등의 생활지도도 이분들의 몫이기도 한다. 이분들의 역할 또한 원활한 학교 운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킴이 선생님들 역시 소임에 충실히 임할 때 학생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 그래야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행복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그분들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좀 더 세밀히 살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왜 그런 요구를 하게 되었는지?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깊이 살피고 대처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 한 분 한 분의 역할에 걸맞는 예우와 대우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따져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모든 역량을 발휘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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