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정보원 원장

[충청매일]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질병표준분류기(ICD)라는 일종의 질병사전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질병으로 분류해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7년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를 시범종목으로 선정한 e-Sports 종주국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는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인간의 고유한 본질인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라고 명명한 네덜란드 문화사회학자인 호이징가는 인간의 문화가 놀이에서 나온 것이며,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놀이”를 하기 때문이라 주장하였다. 놀이를 통해 우리 인간의 고유의 특성인 사회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게임의 어두운 부분은 바로 인간다울 수 있는 놀이가 아닌 반사회적, 사행성, 선정적, 폭력적이라는데 있다. 그 이면에는 ‘돈’과 관련된 게임 개발자와 비즈니스 산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형게임 개발사와 달리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스스로의 힘으로 개발하는 하는 소위 ‘인디게임’이 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있다. 사용자의 몰입감을 증대한 비즈니스 돈벌이용 게임이 아닌 게임이 가진 교육적, 사회적 기능을 가진 일명 ‘착한게임’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2005년에 청소년들에게 유엔 식량 원조 및 긴급구호 활동을 교육하기 위해 제작한 게임은 한국을 비롯 전 세계 16개국 언어로 제작 배포 약 1천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으며, 네이버(NHN)의 온라인 한자교육 게임 ‘한자마루’는 학부모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디게임에서 눈여겨 볼 것은 2015년에 있었던 네팔 대지진을 소재로 만든 게임 ‘After Days’이다. 한국의 겜브릿지 CEO 도민석은 게임 제작을 위해 실제 네팔 지진현장을 방문해서 현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개발하고, 게임의 수익금 중 20%는 네팔의 커피농가에 기부하고 있다.

인디게임, 착한 게임은 우리가 가진 게임의 중독성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며, 자본 중심의 게임개발의 그늘에서 벗어나 철학과 작품성이 있는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놀이의 순기능을 가진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인디게임 생태계 특성상 개발비, 유통채널, 상품홍보 등에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디게임 개발자는 대부분 Google Play, STEAM 등 대형 플랫폼인 및 유통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착한 게임을 제작할 수 있고, 유통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은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며, 이러한 노력이 게임이 가진 부정적 부분을 해소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놀이는 교육이고 문화이다. 놀이가 가지는 긍정적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놀이와 공부를 대척점으로 두고 있는 우리와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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