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등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직장 내 부당한 갑질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 다만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해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명확히 없고, 회사 규칙으로 정하게 한 것도 실효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나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 문화를 비롯해 IT 업체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이다.

괴롭힘 방지법은 개인사 소문내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욕설·폭언, 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못쓰게 하기, 지나친 감시 등 16가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9월 직장인 1천506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3%가 괴롭힘 피해를 당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피해자의 60% 이상은 별다른 대처를 못하고 참았다. 실제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오히려 이후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입거나 비난을 받고 사직을 권고 당하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 괴롭힘 방지법이다. 상사의 괴롭힘을 신고하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는 지체없이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회사가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문제는 이 법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느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방지법을 반영해 사규 즉 취업규칙을 개정한 기업은 절반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한 것은 지난 1월 15일이다.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둬 각 사업장은 7월 15일까지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했지만 준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 기업들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앞서 인크루트가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대한 직장인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찬성이 9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직장인 대다수가 법 시행을 반긴다는 얘기다. 조속히 안착돼 성숙한 직장문화가 정립되도록 사업장 구성원 모두가 괴롭힘 예방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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