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옛날 대륙에 왕생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집안이 명망가였고 부유하여 그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는 왕생이 지나는 나그네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들었다. 멀리 노산(勞山)에 도술을 부리는 신선이 산다는 것이었다. 평소 도술을 흠모하고 있었던 차라 왕생은 당장 보따리를 싸서 길을 떠났다.

노산 산꼭대기에 오르니 하얀 백발의 도사가 명상 중이었다. 그 외모가 매우 꼿꼿하고 기상이 넘쳐보였다. 왕생이 도사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도술을 배우고자 왔으니 부디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도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생은 그날로 다른 많은 제자들과 합숙하게 되었다. 다음날부터 왕생은 나무를 하러 다녔다. 도술은 배우지도 못하고 오로지 나무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도사를 찾아가 불평하며 말했다.

“저는 도술을 배우고자 왔습니다. 불로장생하는 도술이 아니더라도 작은 도술 한 가지만 배워도 위로가 될 것입니다. 제발 가르쳐주십시오!”

그의 항변에 도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저는 스승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담장도 돌담도 그냥 통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담장을 뚫고 지나가는 그 도술만 배울 수 있다면 만족하겠습니다.”

이에 도사가 주문을 가르쳐주었다. 왕생이 주문을 다 외우자 도사가 말했다.

“두려워 말고 담대하게 저 돌담을 지나가라!”

하지만 왕생은 무서워 지나갈 수 없었다. 그러자 도사가 다시 말했다.

“어서 담대하게 지나가라!”

이에 왕생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담장에서 몇 걸음 떨어졌다가 앞으로 과감히 돌진해 나갔다. 횅하고 빠르게 지나가자 가로막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벌써 담장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는 너무 기뻐 스승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고 하직하였다. 스승이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주문을 꼭 외우게. 그리고 집에 가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배운 도술은 아무 효험이 없을 걸세.”

왕생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도술을 익혔다고 자랑했다. 도사에게 배운 대로 담장에서 몇 자쯤 떨어진 뒤 맹렬하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머리통이 담벼락에 부딪혀 땅바닥에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아내가 왕생을 부축하여 일으켰더니 이마에 달걀만한 혹이 커다랗게 솟아 있었다. 왕생은 그제야 도사가 자기를 속였다고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이는 청나라 때 포송령이 지은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있는 이야기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이란 교묘한 미신으로 백성의 재물을 빼앗고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지고 마치 본 것처럼 말하는 자를 특히 조심하라. 그런 자는 분명 남을 속이는 자이다. 속지 않으려면 분명히 보고 똑바로 보고 정신 차려서 보아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