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복 객주님, 소낙비는 피했다 가랍니다. 장사도 궁합이 맞아야 대박이 나지요!”

마늘을 우리가 직접 팔자며 들떠있는 복석근의 말에 최풍원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지금처럼 매기가 좋을 때 빨리 팔아 돈을 벌어야하지 않소이까?”

“우리만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은 천치랍니까. 한양에서 마늘 금이 그리 좋았다면 이미 장사꾼들에게 소문이 떠르르하게 났을 터이고, 소문을 들은 장사꾼들이 사방팔방에서 눈에 불을 켜고 마늘을 사들이고 있을 것이오. 그러면 농민들은 바보랍디까? 장사꾼들이 하나라도 더 사기위해 돌아치면 물건이 딸리니까 급해서 그러는 것 알고 예전 금대로 물건을 내놓겠습니까? 그러면 누구네 집 이번 참에 마늘 팔아 돈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농민들도 너도나도 팔려고 내놓을 것 아니겠소이까. 그러면 어찌 되겠습니까. 장사꾼들이 가지고 있는 것 농민들이 내놓은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장마당은 마늘 천지가 될 겁니다. 물건은 많고 살 사람은 없고, 그렇게 되면 종당엔 마늘 금이 폭락하게 되겠지요. 하마 한양에는 지금쯤 천지사방에서 마늘이 수레로 들어오고 있을 것이오. 지금 거기에 휩쓸리면 같이 빠져 죽는 것이오!”

최풍원이 길게 설명을 했다.

“대행수, 장사꾼이라면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이까. 마늘이야 썩는 물건도 아니고 사서 쟁여놓았다가 금이 올라가면 그때 팔면 되잖소?”

복석근이 최풍원의 말이 거슬리는지 혀 차는 소리를 냈다.

“복 객주님, 노름꾼들이 왜 노름을 끊지 못하면서 부자도 못 되는 이유를 아시오. 지가 잃은 것은 전혀 생각 않고 땄을 때만 생각만 하기 때문이오. 노름하다 열 번 떼인 돈은 천 냥인데 한 번 딴 백 냥만 떠올리며 그 생각만 하기 때문이오.”

“대행수는 마늘 얘기하다 웬 노름쟁이 얘기를 한다요?”

“복 객주님도 장사를 노름처럼 생각하니 하는 말이오.”

“그럼 내가 노름쟁이처럼 남 돈이나 따먹을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오?”

복석근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쇳소리를 냈다.

“그게 아니라, 마늘을 쟁여놨다 팔면 되겠지만, 이미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비싼 마늘을 사서 나중에 판다한들 그게 얼마나 남겠소이까? 그러니 노름꾼 같다 이 말입니다. 마늘 값이 쌀 때 닷 푼에 사서 쟁여두었다가 금이 좋을 때 삼 전을 받았다면 여섯 배 장사가 되지만, 막 오르고 있는 지금 이 전에 사서 삼 전을 받는다한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뭐가 떨어질 게 있겠소이까. 그래도 일 전이 남았다고 하겠지만 아무리 단단하고 좋은 단양마늘이라 해도 생물이니 썩어 버리는 놈이 생길 것이고 마르면서 부피가 줄어 금이 깎이고 이래저래 감하고 나면 일 전도 남은 게 아닐 수 있지 않겠소이까? 그래서 장사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하는 것이오!”

“그럼 이젠 마늘 장사는 끝났단 말이오?”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복석근이 풀이 꺾였다.

“때를 살펴야지요! 한참 퍼부을 때 쏘다니면 몽땅 젖을 것 아니오. 그러니 그 때는 남 집 처마 밑이라도 잠시 들어가 비를 그으리다보면 이내 잦아들 게 아니오. 그 때가 되면 사람들 북썩도 잦아들고 금도 떨어질 것 아니겠소이까. 그럴 대 싸게 사들였다가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나는 가을 김장철 같을 때 내놓아 연대가 맞는다면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겠지요. 이번 한양으로 올라간 마늘 금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햇마늘을 빨리 가지고 올라가 귀할 때 팔았기 때문 아니겠소이까?”

“그래서 소낙비는 피해가자 했구려!”

그제야 복석근도 최풍원의 뜻을 알아채고 수긍했다.

“어쨌든 한양에서 좋은 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복 객주님 덕분입니다!”

최풍원이 먼 길을 다녀온 복석근의 노고를 치하했다.

단양 조산촌 사람들로부터 도거리한 마늘 값 문제, 북진 인근 마을에서 도거리한 마늘, 북진장터 상전 공사에 동원된 마을사람들의 임금 문제 등 중첩된 여러 문제들을 충주 윤왕구 객주에게 급전을 빌려 해결하고, 한양 뚝섬의 서태술 목상에게 진 목재 대금까지 현물로 해결하며 어느 정도 급한 불을 끄고 나자 최풍원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북진장도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다. 집 짜기와 상량식은 이미 끝났고, 지붕까지 얹어져 제법 상전거리 냄새를 풍겼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