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이기도 했던 고교평준화를 위한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가 과도기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탈락으로 전국 유명 자사고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서울교육청에서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중앙고와 한대부고 등 8개교가 탈락했다.

전국단위 선발 하나고와 가톨릭 재단 동성고를 포함해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등 5개교는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8개교를 대상으로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해당 학교들은 2020학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단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 공교육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전국의 해당 교육청들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에 대해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별도의 재정을 투입해 전환기 복합교육과정 조기 안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결과 기준 점수 이상을 받은 학교에 대해서도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장학활동을 실시해 자사고의 지정 목적에 충실한 교육활동을 다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의 지원 방향과 고교교육 및 고교체제 정상화 방안 등 체계적인 공교육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사고 운영평가는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공교육 개혁안이 함께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회원들은 당연히 자사고 폐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고교평준화를 기대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특권계층을 위한 귀족학교라며 폐지를 환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자사고가 정권이 바뀌고 고교평준화와 공교육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폐지 쪽으로 기울어지자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사이의 갈등도 초래되고 있다.

결국 교육부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공교육정상화가 유야무야될 수 있다.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자사고 폐지 문제가 정치권의 정쟁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내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해 벌써부터 논쟁을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적어도 교육문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을 정치적 이념논쟁으로 끌어들인다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학부모의 교육열을 포함해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교육 혁신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사고 폐지는 일반고 발전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 방안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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