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옛날 노(魯)나라의 어느 마을에 시(施)씨가 살고 있었다. 그는 아들 둘을 두었다. 큰아들은 학문을 좋아하였고, 작은아들은 무술을 아주 좋아하였다. 성인이 되자 큰아들은 마침 이웃 제나라에서 관리를 구한다는 말에 찾아가 유세를 하여 크게 호평을 받았다. 제나라 군주가 그를 받아들여 조정의 중요 업무를 맡겼다. 작은아들 또한 초나라로 가서 병법을 시범 보여 크게 인기를 얻었다. 초나라 왕이 그를 인정하여 군관으로 임명하였다. 두 아들이 벼슬을 하게 되자 시씨 집안은 부유해졌다.

시씨의 이웃에 맹(孟)씨가 살았다. 맹씨 역시 두 아들을 두었다. 하루는 시씨를 찾아가 자식 놈 출세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시씨가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다. 맹씨가 집에 돌아와서 두 아들에게 시씨의 아들들이 출세한 것을 알려주었다. 며칠 후 맹씨의 큰아들이 진(秦)나라에서 인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유학을 유세를 하였다. 진나라 군주가 유세를 듣고는 이렇게 평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지금은 천하가 온통 전쟁 중이다. 모두가 군대를 강성하게 하는 비법에 관심이 있지, 그따위 인의 도덕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이냐. 여봐라! 저 놈을 욕보여 내쫓아라!”

맹씨의 큰아들은 출세하러 갔다가 그만 끔직한 벌을 당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한편 둘째아들은 위나라에서 인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군주의 관심을 끌고자 자신이 아는 병법과 전쟁의 비책을 유세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난 위나라 군주가 말했다.

“우리 위나라는 강대국 틈에 끼어 있는 약소국이다. 감히 우리가 강대국처럼 전쟁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강대국을 섬기고 약소국끼리 우호조약을 맺어 서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너의 말처럼 군대를 키운다면 우리는 강대국의 미움을 받아 단번에 멸망하고 말 것이다. 여봐라! 전쟁을 부추기는 저 자를 욕보여 내쫓아라!”

맹씨의 둘째 아들은 그만 다리가 잘리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두 아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맹씨는 시씨를 찾아가 따졌다.

“어찌 말도 안 되는 것을 비결이라고 가르쳐준 것이냐. 이 저주받을 사람아!”

그러자 시씨가 말했다.

“당신 아들은 우리 아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어쩌면 우리 아들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아들들은 모두 출세했지만 당신 아들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행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때를 바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맹씨가 깨닫는 바가 있어 조용히 물러갔다. 이는 ‘열자(列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득시실시(得時失時)란 모든 일은 때가 맞으면 바라던 것을 얻지만 때가 틀리면 바라던 것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는다는 뜻이다. 원하는 일을 하려면 우선 차근차근 준비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 일이 시류에 맞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손해를 봐도 후회가 없는지.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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