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운임은 넉넉하게 줄 텐가?”

마덕필이 반승낙은 했다.

“염려 마시오! 쌀 운임도 드리겠지만, 내려가는 길에 뚝섬까지 마늘을 실어다 주면 그것도 함께 쳐서 드리겠습니다요!”

최풍원이 쾌히 약속을 했다.

“마늘을 용산이나 삼개로 가져가지 않고 왜 뚝섬으로 가져가는가? 거기는 성안과도 멀고 목상들이 판을 치는 곳인데…….”

마덕필이 궁금해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성 밖 사람들은 마늘을 안 먹는답디까?”

“뚝섬에 사람이 얼마나 산다고 만 접이나 가져간단 말인가?”

마덕필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으나 최풍원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마늘을 가져가 뚝섬의 목상 서태술에게 넘긴다고 하면 나무 값 대신 현물로 갚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 북진여각의 어려운 상태를 밝히는 꼴이었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솔직하게 털어놔야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최풍원이 마덕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을 하는 자리였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 죽는 소리를 하면 들어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불안해할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이것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장사꾼 간의 거래였다. 그런 거래는 서로 간에 대등한 관계가 유지될 때 공정해질 수 있었다. 만약 한쪽이 조금이라도 약한 구석을 보인다면 그 거래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에 유리하거나 잡혀 먹힐 수 있었다. 어려워도 어려운 티를 내지 않아야만 상대에게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북진나루에 닻을 내린 마덕필은 깜짝 놀랐다. 한적하던 예전의 북진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북진은 난리법석이었다.

“큰 공사가 벌어졌군!”

마덕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주님은 한양 양반이 이걸 가지고 뭘 그리 놀라십니까?”

최풍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대체 북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실은 지금 북진에 대대적으로 상전을 짓고 있습니다. 곧 나루터도 넓히고 여각도 새로 지을 작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청풍장보다도 훨씬 크고 번뜻한 장마당이 될 것입니다. 선주님!”

최풍원이 과장된 몸짓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최 대주, 그동안 돈을 엄청 벌었는가 보이. 저 정도 장마당이면 한양 시전거리 못지않게 쨈새가 있구먼! 대단허이!”

마덕필이 상전 들어설 터를 다져놓은 북진장마당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선주님도 뻥이 심하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한양에 견준답니까?”

“앞으로 최 대주에게 잘 보여야겠구려! 저 상전이 완성되면 저기에 들어갈 물산들은 내게 맡겨주면 안 되겠는가?”

마덕필은 장사꾼은 장사꾼이었다. 닦아놓은 터만 보고 벌써 완성된 북진장터 이후를 넘겨다보고 거래를 하자는 것이었다.

“생기지도 않은 아이 돌상 얻어먹겠다는 꼴이지, 이제 짓기 시작한 상전과 무슨 거래를 튼단 말입니까?”

최풍원이 마덕필의 말에 즉답을 피했다.

북진장마당 상전거리는 당장이라도 집짜기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다져진 터에 주추까지 자리를 잡아놓았다. 상전 앞으로는 행상들을 위한 난전 터도 널찍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고을마다 대부분의 장터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하나둘씩 찍어다 붙이며 생겨난 까닭에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지저분했다. 그러나 북진장마당은 처음부터 장사를 할 목적으로 계획을 세워 만들었기 때문에 깔끔했다. 상전도 물산의 종류에 따라 전을 따로 구분하여 처음 오는 사람도 장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도록 세울 것이었다. 이제 상전도 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큰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대행수, 나루에 부리고 있는 섬은 다 뭔가?”

최풍원과 마덕필이 북진장마당을 둘러보고 있을 때 박한달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조산촌과 상전 짓는 일꾼들에게 줄 것들입니다! 그리고 박 객주님, 뚝섬으로 보낼 나머지 물량도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까?”

“물론이네. 하진나루 우 객주네 임방에 있던 조산촌 물량도 어제 충주 윤 객주 지토선으로 모두 옮겨왔다네. 이제 실기만 하면 끝이네!”

박한달 객주가 일을 마쳐 속이 시원한지 목소리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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