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교육부 사학혁신위원회가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3일 내놓은 백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사학혁신위는 사립대의 횡령과 회계부정, 족벌경영 등을 막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지난 2017년 12월 출범했다. 사학혁신위가 그동안 65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감사한 결과를 보면 천태만상의 비리가 여전함을 확인시켜 준다.

이들 대학에서는 위법·부당행위가 총 755건 적발됐다. 특히 실태조사·종합감사를 받은 35개 대학의 경우 441건의 적발사항 중 회계 등 금전 비리가 52.8%(233건)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이어 인사 비리가 11.3%(50건), 학사·입시 비리가 10.4%(46건)였다.

총장 관련 비리도 다수 적발됐다. 한 대학 총장은 자녀가 운영하는 호텔의 숙박권 200장을 교비로 구매한 뒤 1천여만원 어치를 불용 처리했다. 또 다른 총장은 1개당 5천만원이 넘는 골드바 30개를 교비를 들여 구매해 놓고 학교 결산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이사를 겸직 중인 한 대학 총장은 자신의 조카와 손녀를 공개채용·면접전형 없이 각각 법인직원, 대학직원으로 특별 채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적발사례에 연루된 학교법인 임원 84명의 취임 승인취소를 통보했고, 교수·교직원 등 2천96명에게 ‘주의’ 이상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추가조사가 필요한 99건(관련자 136명)은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재정상 조치가 이뤄진 금액은 258억2천만원이었다.

오랜 세월 사립학교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는 가족경영과 폐쇄적 이사회 운영이라는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그 비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 사립학교법이다.

사학법 개정은 역대 정권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 열린우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사학법을 개정했으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사학법 개정은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월 박주민, 지난달에는 신경민·박용진 의원이 잇따라 사학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학혁신위도 사학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10개 제도 개선안을 교육부에 권고했다. 1천만원 이상 배임·횡령한 임원 곧바로 임원승인 취소, 총장 업무추진비 공개 의무화, 사학 설립자·친족·해당법인 학교장 개방이사 제외, 임원 친족관계 공시, 비리 제보자 보호 등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학혁신위의 권고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사학계와 보수야당의 반대로 사학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가 세금으로 충당하면서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사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도 투명성이 확보됐을 때 설득력이 있다. 혈세를 유용하면 처벌받는 것이 국민 상식이다. 무엇보다 여론이 사학비리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 사학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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