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청주YWCA 사무총장

 

[충청매일] 올해는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사업장에 의료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12년만인 1989년에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었고 2000년 직장 및 지역의료보험을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 공단으로 통합되면서 현재의 건강보험체계를 갖추었다. 지난 30년동안 국민건강보험은 적용대상을 꾸준히 확대해왔을 뿐만 아니라 보장수준도 높여왔다. 이제 건강보험은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예방, 건강증진사업까지 포괄적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며 건강상실로 인한 불안감과 재무리스크를 줄여주고 있다. 이는 인간의 기본권인 건강하게 살 권리, 나아가 사회권인 건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필요수준을 담아낸 공적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질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서 거래한다.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한 시장질서는 때로 보다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가져오지만,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되는 공공재는 시장경제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기본요소를 보장해 주는것은 국가의 공적 책임이다.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국가가 그것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전 국민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 케어를 주도했다. 하지만 후임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를 폐기했다. 인간의 권리로써 건강권은 시장을 넘어 공적권리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합의되지 않으면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의료개혁은 언제든 후퇴할 수 어려운 과제이다.

다행히 우리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건강보험이 다른 제도에 비해서는 비교적 발전 속도도 빠르고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빠르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문재인 케어는 국민의 건강권을 공적영역으로 인식하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2년이 지난 현재 보장률이 60% 중반에 머물러 있고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지만 보장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며 인간의 보편적권로써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후 진전된 내용을 보면 중증치매를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본인 부담률 완화, 선택 진료비 부담 해소, 상급병실 건강보험 적용과, 저소득층 본인부담상한제를 개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확대해 개인이 부담하는 총 의료비 부담을 낮추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보장률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되어 왔다. 건강보험은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이 적절한 때에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할 것인가?

건강보험 제도를 둘러싼 재정 부담, 정치적 성과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팽팽하다. 의료 제공자, 시민과 환자, 정부 모두 자신의 힘과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희생’ 없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국민의 건강)을 중심에 놓고 사회적으로 합의해 나가는 것,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모든 국민이 보편적 권리를 누리는)에 대한 합의를 조금씩 진전해 나가는 것이 대안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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