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공중화장실 일용직 장말련 할머니

   
 
  ▲ 속리산국립공원 여자 공중화장실에서 일용인부로 일하고 있는 장말련 할머니가 청소를 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 대형주차장 여자 공중화장실에서 일용인부로 사역하고 있는 한 할머니가 매년 쌈짓돈을 모아 불우이웃 성금을 내놓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장말련씨(70·여)는 지난 2002년부터 불우이웃돕기 공동모금 행사가 열릴 때면 한해도 거르지 않고 10만∼16만원의 성금을 내놓는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불우이웃돕기 공동모금행사장을 찾은 그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수고가 많다며 던져주고 간 얼마 안되는 푼돈을 돼지저금통에 꼬박꼬박 모아 16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공중화장실 일용인부로 일하며 8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터지만 불우한 이웃들이 겪는 말 못할 고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친 때문에 일본 오사카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할머니는 7살 되던 해 언니의 손에 이끌려 한국으로 들어왔으나 살림이 넉넉지 못한 관계로 일에 떠밀려 마흔을 훨씬 넘긴 뒤에야 5남매가 딸린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한 뒤에도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면서 남편 뒷바라지와 5남매를 키우느라 손에서 잠시도 궂은 일을 떼어놓지 못했던 할머니는 자식들을 분가시킨 뒤 속리산국립공원 여자 공중화장실 일용인부로 일하며 어렵게 가정을 꾸려왔다.

할머니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이 너무나 불결해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것이 이젠 직장이 돼 버렸다”면서 “가끔 화장실을 이용한 손님들이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푼돈을 주기 무섭게 돼지저금통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이지만 속리산공중화장실이 깨끗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힘이 절로 솟는다”는 할머니는 “어린시절 겪었던 고생때문에 몇끼 굶더라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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