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일본 아베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엉뚱하게도 경제보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가 간의 역사청산 문제를 진정한 사과와 신뢰로 풀지 않고 경제보복으로 해결하려는 아베 일본 총리의 얕은 정치적 수가 읽힌다.

실제 일본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이 극우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리기 위해 G20 정상회의를 끝낸 뒤 애꿎은 한국 때리기에 나서, 한국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극우층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화학제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금수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은 이들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오는 4일부터 수출 계약 시 마다 약 90일이 소요되는 허가신청과 심사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전자업체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 또 거래처인 일본 업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3개 품목 중 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에칭가스도 90% 전후다.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반도체가 주요 산업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안보상의 우방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의견 모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외환법을 통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안보상 우방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되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출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인 삼성, LG, SK 등은 당혹스럽겠지만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해당 품목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계가 이미 지난해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재고 물량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는 자충수가 될 것이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 제조사 및 소재 업체 중장기 수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만 된다면 우려할 일이 아니지만 아베의 결정은 비겁하다.

한국에 대 반(反)보호주의 및 자유무역주의를 내걸어온 일본 정부가 자국의 기업 피해를 감수하고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베의 정치적 욕심이 도를 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보복 조치는 타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통상규칙을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우대 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직접 관련이 없는 징용 문제와 무역 문제를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자유무역의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자국에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 바 있다. 불과 며칠 만에 스스로 말을 뒤집는 이율배반적인 조처를 한 게 됐다. 아베는 정치적 목적의 경제보복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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