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 충청매일
  • 승인 2019.07.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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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650년 춘추시대, 진(晉)나라는 헌공(獻公)이 즉위하면서 점차 나라가 강성해졌다. 특히 오래도록 나라를 위협했던 이전 선왕의 후손들이 거주하는 곡옥백 지역을 붕괴시켜 왕위를 굳건히 하였다. 이후로 군대를 증강하여 주변의 작은 제후국들을 합병하였다.

하루는 헌공이 이웃한 우(虞)나라에 사신을 보냈다. 사신은 많은 뇌물을 우나라에 바치며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우리 진나라는 저 무도하고 예의 없는 괵나라를 정벌하고자 합니다. 하오나 우리 진나라가 정벌에 나서려면 우나라의 길을 지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군주께서는 잠시만 군대가 지나갈 수 있도록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무렵 우나라는 약소국이기 때문에 감히 반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우나라 군주는 진나라에서 보낸 뇌물을 받고서 순순히 승낙하고 말았다.

“진나라에서 필요한 일이라면 어찌 감히 우리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군대가 지나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진나라 사신이 이 대답을 듣자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귀국하였다. 사신이 물러가자 우나라의 다른 신하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으나, 궁지기라는 신하가 나서서 결사반대를 표명하였다.

“우리 우나라와 이웃한 괵나라는 서로가 의존하는 사이로 동전에 비유하자면 우리가 앞면이고 괵나라가 뒷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괵나라가 망한다면 우리 또한 따라서 망하고 말 것입니다. 두 나라는 또한 입술과 이와 같은 처지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게 됩니다. 만일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어 괵나라가 망한다면, 진나라는 그 다음 화살을 분명 우리 우나라에 겨눌 것입니다. 결코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오니 군주께서는 통촉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우나라 군주는 이 말을 무시하였다.

“진나라는 우리와 상호우호관계를 맺고자 이처럼 많은 뇌물을 보내지 않았소? 어찌 진나라의 호의를 그처럼 의심한단 말이오? 경은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시오!”

이에 궁지기는 곧바로 관직을 사임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조용히 우나라를 떠났다. 떠나면서 고향산천을 돌아보며 크게 탄식하였다.

“아, 이 아름다운 우나라도 명이 다했구나. 결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얼마 후 진나라 군대가 우나라를 거쳐 괵나라를 공격하였다. 괵나라는 필사항전을 펼쳤지만 진나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괵나라가 무너지자 진나라는 군대의 방향을 곧바로 우나라로 향했다. 궁지기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었다. 우나라는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나라가 폭삭 망하고 말았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즉 서로 의지하는 관계는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따라서 무너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서로 의지해서 좋은 관계라면 더욱 협력하면 된다. 공연히 이익에 눈이 어두워 신세한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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