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2019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한반도의 역사가 새로 쓰여 지게 됐다.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전쟁의 상징인 DMZ 군사분계선에서 전쟁의 당사국 원수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큰 신뢰를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기다렸다 둘은 만남을 갖고, 나란히 북쪽으로 여러 걸음 이동했다,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다. 그토록 어려웠던 분계선의 장벽을 놀이하듯 자유롭게 넘나들었다는 것은 북미관계가 그만큼 발전됐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1시간가량의 정상회담을 갖고 난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사람들은 하노이에서의 회담이 실패라고 말하지만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것을 보면 결코 실패한 회담이 아니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오늘의 만남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오늘의 남북미 만남을 놓고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상당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오늘의 남북미 정상간의 만남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다. 불과 하루 전인 29일 오전 일본에서 G20 회담이 이뤄지고 있는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느닷없이 한국방문 중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어 약 5시간 후 북측은 이례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후 29일 오후 늦게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을 하지 않은 채 조율중임을 시사했다. 세계의 이목이 하루 종일 트럼프의 SNS에 쏠렸고 그것이 과연 성사될까 하는 추측이 난무했다.

방문 하룻밤이 지나고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경제인들과의 대담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진행하면서 DMZ 자유의 집에서 남북미정상이 만나게 됐다는 소식을 주었다. 모든 과정이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너무나 갑자기 성사된 만남이어서 서로 악수만 나누고 바로 헤어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문 대통령은 뒤로 한발 물러서 지켜보는 입장을 견지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무려 1시간 가까이 단독 회동을 진행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인 셈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안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중심으로 실무협상팀을 꾸려 북미협상을 재개할 것 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포괄적 합의가 목표라는 것도 분명하게 밝혔다.

남북미 정상은 6월 30일은 ‘역사적인 날’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며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나눴다. 고착상태라고 우려했던 북미간의 관계가 급진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기대하는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제재를 유지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의 제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우리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진전을 위해 필요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도 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앞으로 많은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미 정상이 6·30 회담을 계기로 신뢰관계를 확인 한 이상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삼국이 포괄적 합의가 목표인 만큼 서로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단계적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 어쨌든 남북미 6·30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매우 역사적이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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