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저기를 보시구려! 절반은 치목을 마쳤습니다요. 목수들이 각기 맡은 일만 계속해서 하다보니 손에 익어 이제는 눈을 감고도 목재를 다듬고 있습니다요. 이런 속도라면 앞으로 두 파수면 치목은 모두 끝납니다요!”

“나루에 가보니 어제까지 떼가 내려왔다고 하던데 그렇게나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단 말이오?”

최풍원은 판길이의 장담이 믿어지지 않아 다시 확인을 했다.

“살림을 하는 집이라면 세세하게 다듬어야 할 재목들이 많지만 이건 장사를 할 상전이니 기둥과 들보, 인방과 도리에 서까래 손질만 끝나면 바로 집을 짜기만 하면 됩니다요. 집 짜는 것도 한 파수면 무난할 듯 합니다. 일단 집짜기를 마치고 지붕만 언치면 그 다음은 안에서 하는 일이니 비가 내려도 어지간하면 일을 할 수 있습니다요. 목수들을 일머리에 맞춰 조목조목 책임을 지워놨으니 망정이지 대행수처럼 객주들에게 각기 맡겨놓았다면 우왕좌왕하느라 아직 상전 한 채 지을 목재도 다듬지 못했을 거외다!”

판길이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며 생색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기 도편수 말을 따르기를 잘 했소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도편수 공을 꼭 챙길 것이오!”

최풍원이 판길이를 추켜세웠다.

최풍원이 나루터와 치목장을 들려 도편수 판길이와 목수들을 독려하고 북진여각으로 돌아오니 조산촌 차익수 객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혼자 오셨소이까?”

최풍원이 차익수 객주에게 박한달의 안부를 물었다.

“박 객주께서는 벌써 여러 날 째 두출이하고 조산촌 곳곳을 이 잡듯 돌아다니며 작물을 도거리하고 있다네!”

차익수가 박한달의 근황을 알렸다.

“그래 잘 돼가고 있습니까?”

“매해 단산에서 들어와 매입을 하던 장사꾼들과 옥신각신하기도 했지만, 대행수가 제시한 조건이 워낙에 좋으니 큰 문제될 것이 없었다네. 또 박 객주님 입담이 여간 좋은가? 조건도 호조건인데다 박 객주님 입담에 장사꾼이고 농군들이고 모두들 깜박 넘어갔다네!”

지금 단양 일대는 마늘 수확이 시작이었다. 마을은 가을걷이가 끝나는 늦가을에 심었다가 노지에서 겨울을 나고 모를 심는 봄에 수확했다. 다른 고을에서는 논에 마늘을 심었다가 캐내고 그 자리에 바로 모심기를 해서 이모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마늘은 물마늘이라 해서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좋은 품질이 아니었다. 마늘은 오랫동안 저장을 해놓고 먹는 양념이기에 잘 썩지 않아야 했다. 단양은 산지가 대부분이고 토양이 마늘 재배에 적합해서 품질이 단단하고 맛 좋은 마늘이 생산되었다. 단양마늘뿐 아니라 청풍·수산·한수·덕산마늘이 모두 저장성과 맛이 뛰어났다. 청풍 인근에서 나오는 특산품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봄에 생산되는 산물로는 마늘이 대표적이었다.

최풍원이 상전 지을 목재를 구하기 위해 영춘에 올라갔다가 목상 서태술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에 박한달을 조산촌으로 보낸 것도 단양마늘을 도거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서태술에게 받은 목재 대금을 충당할 생각이었다. 마침 단양을 비롯한 청풍 일대는 마늘 수확이 한창이었다.

“올해 작황은 어떤가요?”

“날씨가 잘해 알도 굵고 단단해 최고라네!”

“호조건이라고는 했지만, 내가 박 객주께 제시해 보낸 조건에 대해 농군들은 만족하는가요?”

“물론이라네. 지금까지 단산 장사꾼들은 수확한 마늘 중에서 최고 상품 마늘만 추려서 가지고 갔다네. 또 물품 대금도 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네. 그런데 이번에 대행수는 아주 잘아 도무지 남에게 팔기 힘든 치시래기 마늘 외에는 몽땅 매입해준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모른다네. 또 그동안 북진여각으로부터 받아먹은 곡물들도 수월찮았지 않은가? 모두들 대행수 공을 잊지 않고 있다네. 그게 고마워 마을사람들도 좋은 물건만 보내야한다며 공을 들여 수확하고 있다네!”

차익수가 조산촌 사람들이 북진여각에 가지고 있는 마음을 대신 전했다.

“형님, 조산촌 뿐만 아니라 하진 우홍만 객주한테도 기별이 닿았겠지요?”

“물론이네! 우 객주도 하진 뿐 아니라 인근 마늘을 도거리하고 있다네. 또 조산촌 마늘도 그렇고 도거리한 모든 마늘을 하진으로 모두 옮길 것이라네.”

“언제쯤 수확도 끝나고, 하진으로 옮길 수 있겠습니까?”

“스무날이면 모든 게 끝날 것 같네!”

차익수 대답을 들으며 최풍원의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궁리로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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