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595)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595)
  • 충청매일
  • 승인 2019.06.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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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상전 짓는 일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북진나루도 손을 볼 생각이었다. 지금은 도중회의 모든 객주들과 각 마을에서 동원된 사람들, 동몽회원들까지 몽땅 상전 공사에 투입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가 제일 힘들고 사람 손이 필요한 법이였다. 상전 지을 준비를 하는 지금이 그럴 때였다. 상전 들어설 터를 다지고, 집 세울 재목을 준비하는 이때가 가장 분주할 때였다. 지금은 고양이 손 하나도 아쉬울 판이었다.

“참으로 장관입니다요. 북진이 지금처럼 번잡했던 적은 없었습니다요!”

“앞으로도 저처럼 나루터와 장마당이 북적여야 될 텐데…….”

나루터에서는 둘둘 넷넷 모래밭 언덕배기를 오르는 목도꾼들의 행렬이 줄나래비를 이루고 있었다. 짝을 맞춰 통나무를 옮기는 목도꾼들의 숨찬 노랫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들려왔다. 상전이 들어설 장터에서도 터를 돋우는 가래꾼과 터를 다지는 일꾼들의 달구질 소리가 쉼 없이 들려왔다. 모든 일꾼들이 가장 바쁘고 힘겨울 때였다. 목재를 운반하는 일과 집터 다지는 일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 허드렛일이었지만 일꾼들 품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이 고비만 넘기고 마무리 되면 그 다음은 목수들 같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러면 허드렛일을 하던 일꾼들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상전 객주들이 각기 마을에서 동원해온 사람들 중 대부분과 북진여각의 동몽회원들은 꿍꿍 힘을 쓰는 목도나 터다지기 일은 할 수 있었지만 그 일이 끝나면 공사장 주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그저 시간만 죽일 것이었다. 최풍원은 그들을 이용해 북진나루를 개선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상전 지을 준비 작업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였다.

“야, 젊은 것들이 힘은 뒀다 뭣에 쓰려고 그 모양이냐. 대패 미는 꼬라지가 사흘에 피죽 한 사발도 못 처먹은 놈들 같구나!”

최풍원이 나루터를 돌아보고 치목장에 들어서자 도편수 판길이가 목수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도편수 어른은 나이도 지긋한 양반이 어찌 그리 센 것만 좋아하남유. 돼나 가나 힘만 쓴다고 다 좋아하남유! 힘 쓸 때는 쓰고, 뺄 때는 빼고 힘 조절을 해야지유. 저런 들보는 단단하니 대차게 밀고 이런 인방은 무른 놈이니 살살 다뤄야하지 않겠슈?”

목수가 다듬고 있던 인방의 표면을 문지르며 음흉스럽게 웃음을 흘렸다.

“니 놈이 어디서 대패질을 배웠는지 배워도 아주 설 배웠구나. 재주도 없이 코만 큰 코주부 놈한테 쓸 데 없는 것만 배운 것 아니냐. 들보라고 힘쓰고 인방이라고 줄이라고 어떤 놈이 그러더냐? 들보고 인방이고 집의 어디에 쓰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판길이 앞에서 아는 체 하려다 지청구를 먹고 목수가 수구리했다.

“고추도 모르는 놈이 송이 따러 산에 간다더니, 나무도 모르는 놈이 대패쟁이가 되었구먼!”

“본래 설 배운 놈이 더 설치는 법이여!”

“지 집 문도 못 여는 놈이 오입 가는 꼴이구만!”

주변에 있던 목수들이 대패쟁이를 가리키며 저마다 히히덕거렸다.

“이 놈들아, 니들도 매 한가지여. 바곳만 들고 왔다갔다 한다고 구멍이 파지는 게 아녀! 구멍을 뚫으려면 제대로 파야 혀. 작으면 안 들어가고 너무 크면 헐거워 보와 도리를 맞출 수가 없어. 그러니 마치맞게 파려면 정신 바짝 차려!”

판길이가 기둥과 들보에 구멍을 뚫고 있던 목수들에게도 주의를 환기시켰다.

“도편수 고생이 많습니다.”

최풍원이 김상만 객주와 함께 치목장으로 들어서며 판길이에게 인기척을 냈다.

“대행수께서 직접 치목장까지 나오셨습니다, 그려.”

목수들에게 잔소리를 끌어붓던 판길이가 최풍원을 발견하고는 읍을 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일은 잘 돼갑니까?”

“보시다시피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요!”

판길이가 치목장 곳곳을 안내하며 득의만만하게 대답했다.

치목장 안에는 상전에 들어갈 부재들이 종류별로 쌓여있고 그 옆에서는 각기 소임을 맡은 목수들이 나무를 다듬으며 제 할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상전은 기간 내에 세울 수 있겠소이까?”

최풍원이 판길이 눈치를 살피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물었다. 지난 번 서두르지 말라는 판길이 말이 떠올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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