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경찰과 국회·검찰 등 국민이 개혁 대상으로 꼽는 기관들의 추락한 위상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기록이 나왔다. 2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의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국회·검찰은 나란히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반면에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는 ‘대통령’이 25.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시민단체(10.1%), 언론(9.0%), 종교단체(8.1%), 대기업(6.3%), 법원(5.9%), 중앙정부 부처(4.8%), 노동조합(4.1%), 군대(3.9%) 순으로 집계됐다.

경찰과 국회, 검찰은 각각 2.2%, 2.4%, 3.5%에 그쳤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10월 같은 조사에서도 순서만 바뀌었을 뿐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당시에는 국회가 1.8%로 꼴찌였고 검찰(2.0%), 경찰(2.7%) 순이었다. 국정을 감시하고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하는 기관들이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임을 얻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가장 밑바닥에 처박혀 아옹다옹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경찰과 검찰이 이 같은 수모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YG수사 등 굵직한 사건에서 봐주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범죄자와 유착관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지난 13일 2013∼2014년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당시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불법 사찰로 주민 인권을 침해했다며 경찰청장의 공식사과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9월 2009년 용산참사도 경찰 지휘부의 조기진압 결정이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9개월째 침묵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쌍용차 강제진압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도록 권유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말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배우 고 장자연 성접대 의혹(2009년), 용산참사(2009년), 강기훈 유서대필(1991년) 등 과거 17개 사건을 재조사한 뒤 8건에 대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회는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포기했다. 아예 문을 닫아 걸은 지 3개월이 다 되고, 그렇게 표류해 온 법안이 1만건 넘게 쌓여 있다. 자유한국당의 몽니가 근본 원인이지만 여당의 협상력 또한 기대 이하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세비 환수제 도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경찰과 검찰,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함에도 이들 기관의 행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관에 권력을 내려놓게 하는 수술은 당연하다. 개혁에 피치를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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