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여각 최풍원도 공사가 벌어지는 공사장은 물론이고 북진 일대를 돌아보면 장마당이 완성된 이후에 필요하게 될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제 떼는 다 내려왔는가 보오.”

최풍원이 강가 언덕에서 북진나루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북진나루 물가에서는 동발꾼들이 물속에 들어가 영춘에서 떠내려 온 뗏목을 해체하고 가장자리에서는 목도꾼들이 통나무들을 치목장으로 옮기느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동발꾼과 목도꾼들의 수가 며칠 전에 비해 훨씬 줄어보였다.

“여각 지을 재목은 초반에 이미 내려와 따로 보관 중이고, 상전 지을 떼도 어제부로 모두 내려왔습니다요. 지금 저 떼가 마지막입니다요!”

김상만 객주가 최풍원에게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김 객주, 재목 상태는 어떤 것 같소이까?”

“상질입니다! 상전 지을 것도 그렇지만 특히 여각 지을 재목은 최고입니다요! 그런 재목은 대궐 지을 때나 구경할 수 있지 여느 때는 구경조차 할 수 없지요. 집 짓는 목수들도 그런 재목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신이 날 겁니다요!”

“그렇게 좋단 말이오?”

“여적지 나무와 산 저도 그런 나무는 아주 오래전 봉산에 가서 서있는 것만 봤지 그렇게 벌채된 재목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요. 그런 나무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좋은데 집을 지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편안하고 좋겠습니까요?”

“그렇게 좋단 말이오?”

“좋다마다요!”

김상만이 두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잘라 말했다.

“여각도 이번에 함께 공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여각 재목은 이미 산에서 한 해 겨울을 재운 것입니다요. 나무도 사계절은 쟁여봐야만 그 성질을 알 수가 있습니다요. 여각 재목은 나무 중에 나무니 한 해를 더 여기 북진에서 재워 진을 빼고 단단하게 말려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우선 올해는 상전부터 짓고, 여각은 터를 다져놓은 후 치목을 하고 명년 이른 봄에 시작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만…….”

“여각은 그리하고 김 객주, 상전이 완성되고 장마당이 열리면 가장 시급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오?”

최풍원이 북진나루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어쨌든 상전이 들어서고 장이 열리면 많은 상인과 장꾼들이 올 것이고, 그만큼 물산들 거래가 늘어날 텐데 우리 북진 관문은 저기 나루터 아니겠습니까요? 그럼 경강선 같은 큰 배도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하는데 샛강과 본류 사이에 모래톱이 큰 걸림돌입니다요.”

“바로 보셨소이다. 저 모래톱이 문제요!”

최풍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진마을 앞 나루터에는 대선이 들어오지 못했다. 이백오십 석을 실을 수 있는 중선 정도는 갈수기에도 그런대로 드나들 수 있었지만 사오백 석을 싣는 대선은 어지간히 수량이 많을 때도 나루 안까지 들어올 수 없었다. 김상만이 말한 것처럼 마을 앞에는 본류의 남한강과 샛강이 흐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모래톱이 두 물줄기를 가르며 기다랗게 모래톱이 섬처럼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모래톱 때문에 본류의 남한강에서 북진나루터로 들어오는 입구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속으로 언덕처럼 사구가 길게 돌출되어 있어 큰 배는 바닥이 얹히기 때문에 나루터 안쪽까지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로인해 한양에서 올라오는 큰 배들은 나루터에 짐을 풀어놓지 못해 청풍읍 나루로 가 닻을 내리고 거기에 짐을 풀었다. 그러다보니 청풍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인근의 다른 마을 장꾼들이 그리로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나루터를 어떻게라도 손을 봐 대선이 들어와야 장이 북적거릴 텐데…….” 

북진사람이라면 김상만처럼 누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 힘으로 모래톱이나 물속 사구를 파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물개를 시켜 물속을 자세하게 살펴보라 해야겠습니다.”

“나루터를 손보게요?”

“상전이 완성되기 전 나루터도 무슨 수를 내야하지 않겠소이까?”

최풍원은 한양에서 보았던 삼개나루를 떠올렸다.

북진나루도 삼개나루처럼 사오백 석을 싣는 대선까지 나루터 안까지 들어오게만 한다면 장마당과 여각을 나루터와 연결하고 마찻길을 만들어 물산들을 실어 나른다면 인근에서 가장 편리한 나루터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청풍읍장과 청풍도가를 능가하는 것도 하루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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