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청주오송도서관 사서]매년 직장에서 필수로 꼭 하는 교육이 있다. 바로 친절과 청렴교육이다. 우리는 근무하면서 항상 친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세뇌되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져 나온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또는 전화를 걸어온 민원인에게 마치 친절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반면에 매년 실시하는 청렴교육은 “정(情)”을 기반으로 학연지연을 중시하는 우리의 관습 때문인지, 달콤한 자본주의 유혹 때문인지 쉽게 청렴이란 단어가 쉽게 세뇌되지 않는 듯하다. 인사청탁, 갑질논란, 뇌물수수 등 잊을 만하면 신문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비의 보물상자’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고전을 통해 지혜의 나침반이 되어주고자 한다. 선비는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청렴과 결백, 지조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러한 선비들의 아름다운 행적과 향기로운 이야기를 담아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청렴이라는 딱딱한 단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를 이끌어낸다.

춘향전의 ‘이몽룡’과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이몽룡은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를 임명받은 인재이고, 탐관오리 변학도를 봉고파직하고 백성의 삶을 살필 줄 알았던 신념 있는 공무원이자, 춘향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순정남이다. 이러한 이몽룡이 현재의 청렴 기준으로 검증한다면 이몽룡은 과연 모범공무원일까? 그의 과거 행적은 관용차의 사적남용, 춘향이네 집 무단 주거침입, 미성년자들의 부모 동의 없는 결혼, 낙하산식 초고속 승진, 권력을 애인 구하는 데 쓴 직권남용 등 많은 행적이 문제가 되는 불량공무원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전래동화지만, 선녀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선녀의 존엄한 인권과 고귀한 순결은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혔고, 나무꾼은 선녀에게 엄청난 죄를 짓고 천하의 못된 짓을 한 범죄자이다.

이렇듯 저자는 어제의 관행이 오늘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낡은 사고를 버리고 발상을 전환해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살아온 행적은 오롯이 발자국을 남긴다. 요즘 그 어느 때 보다 경제가 어렵고, 기술의 발전 속에 미래를 준비하기가 어려운 시기이다. 타성에 젖어서 관행처럼 당연시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위기의 시대 속에 남의 시선을 생각하고 행동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뒤돌아보며 나의 행적을 생각해 볼 때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 선비들의 아름다운 행적을 본받아 청렴이란 단어도 우리 머릿속에 세뇌 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선인들의 좋은 향기가 삶과 영혼을 아름답고 청렴한 사회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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