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매미
[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매미
  • 충청매일
  • 승인 2019.06.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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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충청매일] 매미 소리가 아침을 밝힌다. 이슬로 세수하던 초목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또르르 물방울을 굴린다. 한정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고 밤이 산 너머로 물러서기 무섭게 매미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주일을 살기 위해 7년 여 동안 애벌레로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탈피와 우화 과정을 반복하며 성충으로 자란다. 성충이 되면 나무로 올라와 2~3시간에 걸쳐 등껍질을 벗는다. 몸을 말리고 2일 정도가 지나면 발음기관과 공명기관이 갖추어지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기다림의 환호다.

농촌의 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이 켜지면 모내기를 마친 논배미마다 개구리가 울어댄다. 서로 장단을 맞추며 울어댄다. 밤새 울던 울음을 새벽에 매미가 이어서 울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물러나며 농부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풀에 맺힌 이슬을 털어내며 논밭으로 달려간다. 이와 같이 농촌의 아침은 매미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매미 소리는 울음인지 노래인지 알 수가 없다. 몇 년을 땅속 생활하다 세상 구경한 기쁨의 노래일 것이다. 아니면 오랜 시간 고생하다 매미로 태어났는데 겨우 일주일여 밖에 살 수 없다는 하늘에 대한 억울함의 호소인지 알 수가 없다.

매미는 짧은 자신의 생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평균 수명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그 기간을 즐기며 살아간다. 1년을 10년처럼 생활하고 알뜰하게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듯 그들도 늘어날 것이다. 몇 년 후에 그들도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들보다 짧은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하루살이를 보며 위안을 삼고 살고 있을 것이다.

매미는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함께하는 하늘, 구름, 산천초목과 사람, 동물들과 함께했던 지구상의 일원이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한때지만 하나가 되어 살았다는 것에 감사할 것이다.

매미가 세상에 그냥 왔다 가는 것은 아니다. 한방에서 선퇴라고 불리는 허물을 남기고 간다. 선퇴는 백일해나 경기를 할 때 사용되는 약제로 사용한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고 가듯 매미는 선피를 남기고 간다.

매미는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욕심 많은 인간과 달리 재산이나 재물을 탐내는 일없이 살아간다. 유해조수처럼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공명기관을 이용하여 즐겁게 노래 불러 농부들의 지친 몸을 풀어주는 안마사 역할을 해준다. 땀 흘리며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라고 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그러면서 짝짓기도 하고 나무줄기에 알을 낳아놓고 햇살에 말라버린 이슬처럼 사라진다.

매미는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나를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노래하는 것이다. 나에게 7일이라는 소중한 생을 주셔서 고맙다고 고하는 것이다. 며칠을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주어진 생을 어떻게 유익하게 활용하며 사느냐가 중요하겠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남을 위해 더운 여름에 태어나, 시원하게 노래 봉사활동을 하다가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는 반복되는 생을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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