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스펙(spec) 발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일 숙명여자대학교 특강에서 자기 아들 학점이 3점도 되지 않고, 토익은 800점 정도이며, 다른 스펙이 없는 데 대기업 5곳에 합격하였고, 최종적으로는 KT라는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발언하자 부정채용이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었다.

논란이 지속하자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만 있으면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황 대표 아들은 명문대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학점 3.29, 토익 925점이라고 한다. 황대표는 처음에는 흙 수저의 성공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높은 스펙의 자기 아들을 자랑한 꼴이 되었다.

오늘날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스펙보다 역량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다고 선전을 하고, 어느 대기업은 한발 나아가서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85%는 개인의 신상과 스펙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고, 블라인드 채용으로 대기업 인턴사원이 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개인의 학력과 신상은 중요한 변인이 된다고 한다.

종종 스펙과 역량을 구분한다. 취업준비생에게 요구되는 스펙으로 학력, 학점, 외국어 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 경험, 인턴경험, 봉사활동 등을 이야기한다. 한편 국가직무능력표준(K-CESA)에서 요구하는 취업을 위한 역량으로 의사소통역량, 글로벌 역량, 자원정보기술 활용역량, 종합적 사고력, 대인관계 역량, 자기관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비슷하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개발능력, 경력개발능력, 자원관리능력, 대인관계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 직업윤리를 요구한다.

스펙은 역량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하나의 지표의 성격을 가진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능력이 있어야 공모전에서 수상할 수 있고, 토익이나 해외 연수 경험이 있어야 글로벌 역량이 증대할 수 있다. 낮은 학점이면서 전공분야의 문제해결능력이 높을 수는 없다. 인턴 경험이 없이 직무역량에서 요구하는 조직이해능력이 높아질 수 없다. 이에 블라인드 면접을 무스펙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그것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하겠다는 논리와 같은 주장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스펙과 역량을 구분하여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나 주류에서 밀려난 청소년들은 스펙과 역량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외된 젊은이들은 역량을 기를 기회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스펙이 없는 사람이 취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소외된 청소년, 지방대학생, 아르바이트로 역량을 키울 기회가 없는 젊은이들이 자기 나름의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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