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청주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충청매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다. 그만큼 많은 기념식도 치러졌다. 그렇게 시간은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 뙤약볕과 함께 6월이 됐다.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어서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학창시절에 6월만 되면 모두가 한 번쯤 호국보훈에 관한 표어, 글짓기 등 숙제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다수는 이를 그저 그런 귀찮은 숙제로만, 혹은 교내 수상 기록에 남기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요즘에는 SNS에 태극기 사진 하나를 달랑 게시해놓고 그날의 의미를 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6월 호국 보훈의 달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좋은 방법일까.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다녀왔다. TV에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소개될 때마다 “언제 한 번 가 봐야지, 가 봐야지” 말만 하다가 올해 처음 엄마와 함께 다녀온 것이다.

그날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듯 볕이 유난히도 뜨거웠다. 긴 팔·긴 바지 차림의 나는 저절로 얼굴을 계속 찡그리게 됐다. 한편으로는 날이 더우니 사람이 많이 없어 여유로운 관람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의의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역사 견학을 온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 내 또래의 무리와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 자신이, 이제야 이곳에 찾아온 나 자신이 괜스레 부끄럽고 창피했다.

역사관에는 그 당시 감옥을 개방해 놓았고 고문의 현장을 생생히 재현해놓았다. 어쩜 그리도 잔혹한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했다. 켜켜이 즐비해 있는 감옥 안에도 들어가 보고, 역사관 건물 바깥에 크게 걸린 독립운동가의 사진들을 봤다. 형무소 역사관 한 편에는 독립운동가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전시된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독립운동가의 사진은 나를 절로 숙연해지게 했고, 그들의 고귀한 공헌과 나라사랑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올해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만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깃든 곳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우리네 후손들이 미래에 지고 가야 할 짐의 무게가 무겁다. 다시금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과 그 정신을 되새기며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