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뗏목들이 연일 계속해서 떠내려오자 북진나루에는 강물 위고 강가 모래밭이고 온통 불그레한 통나무들로 그득했다. 나루터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뗏목을 미처 뭍으로 끌어올리지 못해 북새통이었다. 집을 짓는 것은 그 다음 일이었고, 우선 엮어진 뗏목 동가리를 해체하여 강가 뭍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 다음 치목장으로 옮겨 목재를 다듬어야 했다.

최풍원은 영춘에서 내려오자마자 김상만의 의견을 듣고 나루터와 상전이 들어설 장터 사이에 치목장부터 서둘러 만들었다. 치목장은 집을 지을 때 필요한 목재들을 용도에 맞춰 다듬거나 가공을 하는 장소였다.

“야, 이눔들아! 발을 안 맞추니 나무가 요분질을 떨잖여! 그러다 밧줄이라도 끊어지는 날에는 여러 목숨 다쳐!”

동발꾼들이 풀어놓은 통나무를 치목장으로 옮기는 동몽회원들에게 김상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중년이 넘도록 떼쟁이를 한 김상만의 눈에는 동몽회원들 일하는 꼬라지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김상만이 떼를 몰고 다니며 본 산중의 벌목장이나 한양의 나루터에는 나무를 다루는 대는 이골 난 일꾼들만 있었다. 그런 일꾼들은 나무 다루는 일이 몸에 배어 서로 눈빛만 보아도 상대에게 보조를 맞추며 힘을 넣었다 뺐다를 숨 쉬듯 자유자제로 조절했다. 그들에 비하면 동몽회원들은 걸음마도 못하는 돌배기나 마찬가지였다. 힘쓰는 일로만 친다면 동발꾼이나 목도꾼보다도 젊은 동몽회원들이 더 왕성할 터였다. 그러나 일은 힘만 좋다고 되는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것이었다. 요령은 오랫동안 일을 해오면서 몸속에 길이 들어 애써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나오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평생 나무일을 해온 그런 숙련된 사람들과 힘만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동몽회원들과는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걸 번연히 알면서도 김상만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동몽회원들을 호달구는 것은 혹여라도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눔들아! 서로 발을 맞춰, 발을!”

김상만이가 모래톱을 지나 비탈진 강둑을 오르는 동몽회원들에게 또다시 소리쳤다.

“이보시오, 김 객주! 비지땀을 흘리며 애쓰는 게 안 보이오. 독려를 해야지, 워째 그리 닦달을 한단 말이오?”

“신 객주는 모르는 소리 마시오! 저런 초자들은 욕을 얻어먹고 오기가 나야 정신을 바짝 차려 사고가 나지 않는단 말이오!”

“아하! 그렇소이까.”

김상만의 속내를 듣고 교리 신덕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집을 짓는데 어느 공정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어디에 집을 세울 것인지 땅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 터다지기를 하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바람 막을 벽채를 세우고 집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하나하나 전부 세심한 손길과 계획이 필요한 일이었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있어야 하는 복잡한 일이었다. 최풍원은 나루터에서 치목장까지 통나무를 옮기는 일은 오랫동안 뗏목을 몰았던 김상만에게 맡겼다.

“이놈들아! 나무가 무슨 비빔밥이냐? 그렇게 두서없이 뒤섞어놓으면 목수들이 어떻게 일을 한다는 말이냐. 기둥에 쓸 나무는 나무대로, 서까래에 쓸 나무는 나무대로, 대보는 대보대로 중보는 중보대로 따로따로 구분해놔야 나무 다듬는 목수들이 바로바로 찾아 대패질을 하던 끌질을 하던 할 것이 아니냐? 아무리 첨하는 일이라 해도 생각을 해가면서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생전 해본적도 없는 목도였다. 동몽회원들이 나루터에서 강가 언덕배기에 있는 치목장까지 죽을 똥을 싸며 통나무를 옮겨놓으니 김상만의 입에서 격려는커녕 또다시 뜯어먹는 소리만 했다.

“그렇게 우리 하는 게 맘에 안차면 객주님이 하시구려!”

방금 목도해온 통나무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동몽회원 중 하나가 골통을 부리며 퉁명스럽게 반발했다.

“이눔이 어른이 쓸 얘기를 하는데 새길 생각은 없이 어대다 대고 짜증을 내는 것이냐. 이왕 하는 일이면 다른 사람 두 손 가지 않게 용도에 맞춰 모아놓으라는데 그게 그렇게 거슬린다는 말이냐?”

김상만이 녀석을 무섭게 쏘아봤다.

“너무 힘드는데 객주님이 욕만 하니 그러지 않수?”

“이눔아, 그 정도도 힘 안들이고 공중 밥이 들어가냐?”

“어른들은 하나같이 저런 말만 한다니까. 이렇게 힘들면 차라리 일 안하고 밥을 굶는 편이 낫겠수!”

녀석은 김상만이 하는 말이 못마땅해 아예 외면하며 퉁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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