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춘추시대 말기, 민자건(閔子騫)은 노(魯)나라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위었다. 아버지가 계모를 들였지만 계모는 마음이 악독하여 민자건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친아들만 사랑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계모는 민자건에게 갈대로 채운 옷을 입히고 심부름을 보냈다. 민자건은 가는 도중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그냥 돌아와야 했다. 계모가 이를 핑계로 남편에게 알렸다.

“민자건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굴어요!”

아버지는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민자건을 불러 혼을 냈다. 그런데 마침 바람이 불어 민자건이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면서 갈대가 바람에 날렸다. 이를 본 아버지가 깜짝 놀라며 민자건에게 물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 엄마가 너에게 그 홑옷을 입혀 내보냈단 말이냐?”

이 일로 인해 계모는 쫓겨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후 민자건은 쫓겨난 계모와 그 아들이 고생하며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를 설득하여 계모가 다시 들어와 살도록 하였다. 이후 계모는 자신의 아들과 민자건을 똑같이 사랑하였다.

나중에 민자건은 공자의 제자가 되었다. 뜻밖에도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예절을 따라 삼 년 상을 지낸 후에야 다시 돌아왔다. 하루는 공자가 말했다.

“네가 거문고를 잘 탄다고 하니, 어디 한 곡 연주해 보아라.”

선생의 분부대로 민자건이 거문고 줄을 조율한 후에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조가 매우 구슬펐다. 슬픔이 커지자 민자건은 도중에 연주를 그만두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더 이상 연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민자건은 참으로 군자로다!”

이 무렵 공자의 제자인 자하 역시 부친이 세상을 떠나 삼 년 상을 마친 후에 돌아왔다. 하루는 공자가 자하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도록 권했다. 자하는 선생의 뜻에 따라 기쁘게 몇 곡 연주하였다.

“선생님께서 원하시기에 재주는 없으나 흥을 다하여 연주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하였다. “자하는 참으로 군자로다!”

마침 옆에 있던 제자 자공이 이 말을 듣고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 민자건도 군자라 하고 자하도 군자라 하고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에 공자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민자건은 아직도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애통함이 남아 거문고 연주를 중단한 것이니 당연히 군자인 것이고, 자하는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애통함이 다하여 정상으로 돌아와 흥을 다해 연주한 것이니 그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

이는 한나라 무렵 유향(劉向) 편찬한 ‘설원(說苑)’에 있는 이야기이다.

반포지효(反哺之孝)란 까마귀는 새끼일 때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고 자라고, 자라서는 늙은 어미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뜻이다. 즉 길러 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효도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혹시라도 부모가 아프다면 단 하루라도 마음을 쓰고 정성을 다할 일이다. 부모는 언젠가 돌아가실 것이고, 그때는 부모를 그리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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