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게 뭐오이까?”

“상전 짓는 일체를 객주들께 맡겨볼까 합니다.”

최풍원의 이야기는 북진여각에서 상전을 완성하여 객주들에게 불하하는 것이 아니라 터를 다지는 작업부터 시작해 지붕을 얹고 들어가 장사를 할 수 있는 단계의 공정까지 객주들에게 맡겨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말이었다. 최풍원은 북진장에 들어설 일곱 개 상전 짓는 일을 객주들에게 각기 맡겨 공사를 진행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서로 경쟁을 붙여 일을 진행시킴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상전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대행수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오!”

“그렇소이다. 움막을 짓는다 해도 기술이 필요한데, 상전은 엄연한 집이란 말이오. 여직 장사만 해온 객주들이 무슨 집을 짓는단 말이오? 개뿔도 뭘 알아야 오입질을 하던지 송이를 따던지 할 게 아니오이까?”

“차라리 소경한테 서책을 읽으라 하는 게 수월하겠소이다!”

최풍원의 이야기를 듣고 객주들이 저마다 반대의견을 냈다.

“내가 객주들에게 상전 짓는 일을 일체 맡긴다는 것은 일을 할 인부들을 독려해 한시라도 빨리 상전을 완성하는 얘기요!”

“대행수께는 염치없는 말이지만 확실히 물어봐야 할 것이 있소이다.”

앞으로 북진장에서 피륙전을 하게 될 김상만 상전 객주가 말했다.

“무엇이오이까?”

“우리 객주들은 일꾼들만 끌어 모아 상전만 지으면 된다는 말이오이까?”

김상만 객주가 최풍원에게 확인하고 싶어 하는 주된 내용은 상전을 짓는데 들어간 자금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리 상전이라 해도 집이나 한가지였다. 그런 것을 한 채만 지으려 해도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진장에 들어설 상전은 족히 열 채나 되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김상만은 혹여 부족한 자금의 일부분을 객주들에게 부담하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최풍원에게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김상만이 확실하게 물어보는 의도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잠자코 있는 다른 상전 객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최풍원의 북진여각이나 북진도중이나 그만한 돈이 없었다. 상전 객주들 사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반농반상을 하며 다른 집들에 비해 밥이나 좀 덜 굶는 정도이지 집이나 상전을 지을 정도로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김상만이나 다른 객주들이 미안한 것은 자신들이 것이었다. 그것이 일을 하다 물어보acl 불구하고 상전을 짓는 일임에도 전적으로 최풍원에게 의존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하기에 염치 불구하고 물어본 것이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며 어물정하게 일을 시작했다가 문제가 생겨 도중에 중단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았다.

“객주님들은 인부들만 수소문해서 각자 상전 짓는 일만 맡아 주시오. 상전 짓는데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내가 책임을 지겠소이다. 그러니 객주님들께서는 아무 염려 마시고 전력을 다해 각자의 상전을 지어주시오!”

최풍원이 김상만의 물음에 확실하게 답을 했다.

“대행수님, 그것조차도 못한다면 사람 탈을 쓴 짐승이지 그게 인간이유. 힘써서 될 일이면 뼈를 갈더라도 할 테니 걱정 마시우! 안 그려유, 객주님들!”

김길성이 다짐을 하며 다른 객주들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왜 안 그렇겠소, 김 객주 말이 옳소!”

“대행수께서 저래 혼자 힘을 쓰는데 모른 척 한다면 그걸 인간이라 할 수 없지!?”

“하루라도 빨리 상전을 지어 제대로 한 번 장사를 해보세!”

모든 객주들이 찬동을 하며 의기를 북돋우는데 장순갑 만은 입을 꾹 닫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제일 규모 있고 탄탄하게 빨리 상전을 완성한 객주와 인부들에게는 상미 열 가마를 상으로 내리겠소이다!”

최풍원이 모여 있는 상전 객주들을 향해 상을 내걸었다. 객주들의 환호성이 북진여각을 뒤흔들었다.

상전 공사가 시작되자 북진나루는 물론하고 북진 전체가 왁자하게 번잡해졌다. 북진이 생겨난 이후 이제까지 이렇게 큰 공사가 한꺼번에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집을 한 채 지으려 해도 온 마을사람들이 몽땅 달려드는 판에 대공사가 벌어졌으니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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