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목상이 구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들 어떻게 구한단 말이오?”

“그래서 하는 말이오. 나야 나무장사를 하는 사람이고 한양에 살고 있으니 뭐가 언제 나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잘 알 것 아니오. 더구나 최 행수는 여각과 상인들 조직인 도중회가 있으니 곳곳에 행상들을 통해 동네마다 생산되는 물산을 거둬들이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수집할 수 있지 않겠소이까? 그렇게 모아만 지면 파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소이다!”

서태술이 판로는 문제가 없다며 확신에 차 말했다.

서태술의 말처럼 판로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최풍원도 지난번 대궐에 공납을 할 때 이미 경험을 한 바였다. 각 마을의 임방주들이 애를 쓰기는 했지만 그때 모아 한양으로 가져간 물산 중 어느 한 가지도 퇴짜를 맞은 물품은 없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나는 산물들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었다.

“특산물을 수집하는 것은 어찌 한다 해도 문제가 있소이다.”

서태술과는 달리 최풍원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오? 최 행수!”

“북진에서 한양 땅이 얼마요? 거기까지 뭐로 옮긴단 말이오?”

“배가 있잖소이까?”

“그 배가 뉘 배요? 남의 배로 옮기려면 배 운임을 줘야하는데 그깟 것 팔아야 배 삯인들 제대로 낼 수 있겠소이까?”

최풍원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타산 문제였다.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또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려고 달려들어 불티나게 팔려도 내 수중에 들어오는 이득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장사는 그런 것이었다. 장사꾼은 좋은 물건을 구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소임이었다. 그렇지만 남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헛일이었다. 한양 사람들에게 청풍 인근의 산물들을 좋아해 그것을 한양까지 가지고 가 판다고 해도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고 하면 그런 장사는 하나마나였다.

지난번 대궐에 공납품을 가져갈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때는 충주 윤왕구 객주가 한양의 거상으로부터 받은 공납 물산 중 일부 물목만을 최풍원이 받아 공납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납품을 옮기는 것도 한양의 거상이 경강선을 내주었기 때문에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배를 채울만한 물건의 양이나 뱃삯 같은 것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윤 객주가 하라는 대로 따르기만 하며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아니었다. 최풍원이 주인이 되어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 이 일은 만약  잘 성사되어 이곳 특산물을 한양으로 가지고 간다 하면 물산 양도 채워야겠지만, 운송수단이 없는 북진여각에서는 경강선을 빌려야 하고 그에 따른 운임도 직접 해결해야 한다.

최풍원이 제일로 크게 걱정되는 문제는 경강선을 빌리는 운임이었다. 값진 물산을 싣고 가는 것도 아니고 특산물이라 해도 채마나 산나물 같은 푸성귀가 주를 이룰 것이었다. 비싼 운임을 주면서까지 그런 것을 한양까지 싣고 가 팔아 도무지 이득이 날 것 같지 않아서였다. 이득은커녕 외려 막대한 손해를 볼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서태술은 한양 사람이니 한양에서 일어나는 상황만 생각할 뿐 그 물산들을 옮겨가는 과정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려! 그렇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무슨 방도가 생기지 않겠소이까?”

서태술은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그건 그리 급한 일이 아니고, 대행수께서 상전 지을 목재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촉박한 일 아니겠습니까요?”

심봉수가 분위기를 바꾸며 당면문제를 꺼냈다.

“그것도 크게 걱정할 것 없네! 내가 점심나절에 용진나루에 나갔다가 골안 뗏목을 몰고 온 뗏꾼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고대광실 지을 좋은 재목부터 먼저 내려와 몽땅 팔려나가고 상전 지을 정도의 재목은 구할 수 있다하여 일단 수소문을 해놨다네.”

“어르신 같은 큰 목상이니 그리 하실 수 있는 일이지, 지 같은 소작인은 언감생심 꿈에도 생각 못할 일입니다요!”

심봉수가 서태술을 치켜 올렸다.

“대단하십니다, 목상!”

박한달도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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