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써서 제출하라”
교사들 공공연하게 요구
충북도교육청은 ‘뒷짐만’
학부모들 사설 학원 이용

#1. 청주지역의 한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A씨. A씨는 아이가 갑자기 생활기록부에 쓸 내용을 적어달라고 요청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 입시에서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학생부를 아이에게 직접 작성하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임 교사에게 흠 잡히기 싫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작성했다. 특히 자녀의 대입에도 연관돼 있는 학생부여서 사설 업체를 통해 작성했다.

A씨는 “대학 입시와 직결된 민감한 학생부 내용을 학생에게 내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아이 미래에도 연관된 문제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설 업체에 문의해 작성했다”고 토로했다.


#2. 올해 초 청주지역 일반고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B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학생부에 들어갈 내용을 적으라고 지시한 교사의 말이 아이의 휴대전화 단체 메신저를 보고 나서다. 학생 개개인의 교육활동을 관찰하고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의무를 지닌 교사가 학생들이 작성한 내용을 기반으로 학생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B씨는 “아이들에게 직접 학생부를 작성하라고 한 것도 이해 안가지만, 공개된 공간에서 반 학생 전체가 볼 수 있는 학생부 내용을 적으라고 한 것은 교사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충북도내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학생부를 작성해 제출하라며 ‘셀프 학생부’를 독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청주의 한 고교는 공공연하게 자체 문건으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내용과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 수상 경력, 봉사활동,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까지 학생들이 작성,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부라 칭하지는 않지만 이 문건을 ‘소통 기록지’란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교사는 이 문건에 동기와 과정, 결과, 의의 등을 사실에 입각해 개조식으로 정리할 것이란 요청사항도 적었다.

‘학생부’란 용어만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요구 문건은 학생부 전 범위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해당 학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문제인식조차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개개인이 어떠한 활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프로젝트 학습을 했다 그 안에서 그 역할이 있고, 전공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는 점 등은 교사가 일일이 다 알 수 없다”며 “학생들이 요즘 자기 전공과 관련 있는 것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관련 내용을 적어오라고 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학생·학부모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학교 주도로 셀프학생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게 교육계의 일관된 평가다.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에는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학생에게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작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충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논란에 수수방관 하고 있는 모양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고교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서든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학교에 대한 학생부 감사 등을 강화하고, 잘못된 관행을 몰아내 학생부 신뢰성 제고 방안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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