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재임 5년차를 맞는 충북교육청이 경색돼 있다. 전교조 출신으로 교육의 변화와 도덕적 이미지로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은 소통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조직은 불통 투성이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이전 교육감보다 인사권으로 조직을 억누르고, 내부 불합리한 정책에 대해서는 입도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계 깊숙한 곳의 목소리다.

최근 교육청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고대 그리스, 페르시아와 신라에서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설화가 문득 떠오른다.

고대 설화에서는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나 모자 만드는 사람의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비밀을 유지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이 참다가 병이 깊어져 죽을 것 같은 심정에 혼자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고, 이후 바람만 불면 이 소리가 울려 모든 사람이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최근 충북교육청의 참모와 관료들은 교육감의 한쪽 귀를 부여잡고 ‘통계의 오류다’, ‘악마의 통계’, ‘우리가 옳다’며 설법을 해댄다. 교육 구석의 목소리는 인(人)의 장막으로 겹겹이 방화벽이 쳐진 교육감실을 넘어서지도 못한다.

도교육청은 최근 ‘엉터리 공문’으로 충북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도 자성은 커녕 오히려 공문을 유출한 내부 공무원을 색출하겠다며 언론을 옥죄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

또 행정편의를 위한 공문 발송에 일선 학교는 공문 처리 업무로 골병이 든다. 학교 업무 경감은 헛구호에 그친다. 특히 법외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고 이행 사항 결과를 제출하라며 일선 학교를 옥죄기도 한다. 앞서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서 충북 사교육비 증가율이 전국 최고로 나오자 ‘불복불 통계’라며 부정한다. 정작 교육계 구석구석의 목소리는 ‘현 정권의 권력을 시기하는 자들의 만행’으로 치부한다.

참모와 관료들의 그릇된 충성심은 결국 조직을 무너뜨리고 수장의 귀를 막는다. 수장의 언론관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그동안 쓴소리는 비판하고 듣기좋은 소리만이 ‘정론’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언론을 길들이는 방식이다. 교육현장 곳곳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정책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언론이다. 보복 인사 걱정에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은 대나무 숲에라도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호소해야 한다.

‘충북교육의 변화’를 내걸고 개혁하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가. 잘못된 방향의 교육을 바로잡고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길 바라며 싸우지 않았던가. 현재는 어떤가. 교육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면 수용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부정하던 옛 교육의 전철을 밟으며 어찌 떳떳하게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을까.

설화의 반전은 후반부에 일어난다.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백성들에게 귀중한 약재로 쓰이는 산수유를 심자, 바람이 불 때 나오는 소리가 “우리 임금 귀는 길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왕을 비하하는 ‘당나귀 귀’가 빠지면서 왕이 커진 귀로 백성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소리로 깨닫고 백성의 작은 목소리도 들어 성군이 됐다고 한다.

지금 조직에 필요한 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대나무 숲이다. 조직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어 언론에 외치는 말 한마디를 ‘내부의 적’이라며 색출하려는 그러한 구태의연한 행태가 아닌 끌어 안아 줄 수 있는 ‘대나무 숲’. 그런 대나무 숲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과 내 편이 곧 진리’라는 편협과 작별해야 한다. 좋은 말 아닌 비판과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로 인한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