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계자 “학교별로 투표함 설치…여론조사 결과 드러나 불안”
찬성률 낮은 학교 불이익 우려…교육청 “참여율 높이기 위한 조치”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충북 충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한 평준화 여론조사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9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해 2021년부터 충주지역 일반계 고교에 대한 평준화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1만1천473명이 응답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7.14%인 8천696명, 반대가 22.85%인 2천577명으로 나타났으며 관련 조례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고교평준화 시행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각 학교별로 투표함을 설치하는 등 비밀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이름이 버젓이 표기된 투표함을 설치해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일선 학교로서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면에서 공정한 여론조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학교별로 응답률과 찬반 결과가 집계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응답률과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의 경우, 자칫 도교육청으로부터 문책성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교별로 투표함을 마련한 것이 여론조사 참여율과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학교별로 집계돼 나오는 것은 맞지만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만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절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교육청의 설명에도 학교 관계자들의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고교 평준화에 대한 학교별 여론조사 결과를 교육발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떠나 일단 상급기관인 도교육청이 학교별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선 학교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론조사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을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관계자들은 “당장 적용 대상자도 아닌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까지 굳이 참여시킨 것은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6학년생들도 실제 교육당사자들이나 마찬가지인데다 타당성조사를 의뢰받은 기관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충청지방행정발전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서면 여론조사는 초 6학년, 중1~2학생 5천209명과 학부모 4천602명, 교원 및 학교운영위원 2천46명, 시·도의원 22명 등 총 1만1천87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서면 여론조사는 각 학교 학생과 학부모에게 질문지를 배포해 작성하도록 한 뒤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과 학부모는 질문지 5개 항목에 찬반을 표기한 뒤 밀봉해 제출했으며 학교에는 별도의 투표함이 배치됐다. 학교 운영위원과 지방의원은 우편으로 질문지를 보내고 같은 방식으로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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