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아다마다요! 남한강을 따라 오르내리며 나무장사 한 세월이 얼만데 북진을 모르겠소이까? 그런데…….”

목상 서태술이 말끝을 맺지 않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지요?”

최풍원이 불안한 얼굴로 서태술의 얼굴을 살폈다.

“청풍에 비하면 북진은 한쪽 아니오? 더구나 청풍은 인근에서 가장 큰 고을이 아니오? 북진은 나루터 외에는 별로 장사할 만한 것이 없지 않소이까? 그런 곳에 장거리를 만들어 될까 해서 하는 말이외다.”

북진에 장거리를 만든다는 말에 서태술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한참동안 북진에서 장사를 해왔고 이미 어느 정도 상권을 확보하고 있소이다. 지난봄에는 대궐에 우리 특산품을 공납도 했소이다. 아직은 좀 힘에 부치지만 종당에는 청풍도가의 상권도 우리 도중회로 흡수될 것이오!”

“다른 사람이라면 믿지 않겠지만, 최 행수 말이니 전적으로 신뢰가 가외다! 상전 지을 목재는 내가 수소문을 해볼 테니 걱정 말구려! 그리고 별채 지을 목재도 최 행수가 가져가구려!”

“지금 우리 여각의 여력으로는 그만한 것을 모두 감당하기가 벅차오. 상전만 해도 백방으로 끌어 모아야 목상에게 실수를 겨우 면할까 말까요.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주는 것도 고마운 터에 초면부터 목상께 피해를 주기 싫소이다!”

“최 행수, 장사꾼이 그리 욕심이 없어 어쩌겠소이까? 다른 장사꾼 같으면 못주겠다고 하는 것도 억지로 빼앗아가려 하는 판에 가져가라하는 데도 안 가져간다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오?”

서태술이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단 표정이었다.

“아니, 상전 지을 목재와 집 지을 목재까지 모두 주겠다는 말이오이까?”

박한달은 생파리처럼 굴던 좀 전까지와는 판이하게 돌변한 목상의 태도가 미끼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소!”

“목재 값을 치룰 만한 돈이 없다는데 거저 가져가란 말이오?”

박한달이가 재차 확인을 했다.

“이보시오, 박 객주! 목재 값이 얼만데 그걸 거저 준단 말이오이까. 지금 당장 치룰 만한 돈이 없다니까 우선 물건부터 주고 후에 받을 요량이지요!”

“초면인 우리를 뭘 믿고 그리 한답디까?”

“장사도 사람이 하는 일 아니오? 그러니 사람 하나만 확실하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겠소이까? 최 행수 면면을 보니 실수할 사람 같지 않소이다. 나중에 크게 되면 오늘을 잊지 마시오!”

“고맙소이다! 사람 탈을 쓰고 남 공덕을 잊는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지요. 내 반드시 오늘 일을 기억하리다!”

최풍원이 서태술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상전 지을 재목은 언제나 되겠소이까?”

박한달이 서태술에게 물었다.

“박 객주, 걱정 마시오. 내가 바로 수소문을 해보리다. 우선 여각 지을 목재는 당장이라도 가져가려면 가지고 가시오!”

서태술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북진까지는 뭘루 어떻게 옮기지유?”

“그건 봉수가 자네가 제일 잘 알테니 알아서 하게!”

박한달의 물음에 서태술이 심봉수에게 목재 운반을 맡겼다.

심봉수가 영춘 용진나루에서 하는 일이 그 일이었다. 심봉수는 서태술이 아닌 다른 한양의 목상 일을 봐주고 있었다. 심봉수가 하는 일은 한양의 목상이 필요로 하는 나무를 용진나루에서 한양의 광나루까지 보내는 일이었다. 그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한양의 본 주인들이 벌목할 산의 나무를 사놓으면 벌목꾼들을 구해 나무를 베는 일에서부터 산 아래로 옮기는 일, 목도꾼들을 부려 물가까지 옮기는 일, 그것을 작은 떼로 만들어 수량이 많은 큰 나루터까지 보내는 일, 다시 용진 같은 큰 나루터에 모인 작은 떼들을 풀어 큰 뗏목으로 만들어 한양까지 보내는 것이 심봉수가 하는 일이었다. 서태술이 집 지을 나무를 옮기는 일을 심봉수에게 맡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알겠습니다요 어르신! 북진까지 떼를 옮길 뗏꾼들은 지가 알아보겠습니다요. 대행수 내일이라도 당장 여각 지을 재목부터 뗏꾼들을 부릴까요?”

심봉수가 서태술과 최풍원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기왕에 시작할 일이라면 하루라도 속히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알겠구먼유, 대행수! 지금부터 지는 목도꾼들과 동발꾼, 뗏꾼들을 수소문 해보겠습니다요.

“그리해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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