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지난주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초정리 일원에서 제13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3일간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에 청주문화원에서는 축제 기간에 맞춰 초정약수와 행궁 이야기를 담은 ‘초정리 사람들’을 출간하여 새로운 자료를 발굴했다. 특히 초정리에 거주하거나 이 지역 출신의 주요 인물 등을 대상으로 구술채록 및 다양한 자료 수집 등을 통해 세종대왕의 행궁터와 주요 업적, 초정리 사람들의 삶과 문화 등을 오롯이 담았다.

초정약수는 조선시대 세종과 세조가 다녀간 곳이지만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소로 극찬을 한 의도가 엿 보인다. 이는 일본인들이 서양과 비교를 통해 새로운 범주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들이 소유하고 보존한 동양의 중심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정치행위였다.

일제는 1923년 5월에 충북선을 청주에서 증평까지 연장 개설했는데, 주민의 교통 편의와 관광사업과는 동 떨어진 초정약수를 비롯해 군수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전쟁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리하여 학자들간에는 초정약수에 관한 평가가 일제가 정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러한 패러다임을 우리 시대의 눈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고 있다.

초정약수에 대한 몇 가지 진실이 가려진 부분이 있다. 사실 초정약수는 세계광천학회가 선정한 세계 3대 광천수로 영국 나포리나스 광천(독일 아폴리나리스 Apollinaris로 수정), 미국 샤스타 광천과 세계 3대 광천이라는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영문판 브리태니커사전에는 키워드로 검색들 하던 간에 청주 초정약수와 관련한 내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국판 브리태니커사전은 영문판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고 일부만을 편집했기 때문에 원문과는 상당이 다르다. 청주대학교 박구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 3대 광천수를 인증했다는 ‘세계광천학회’는 발견되지 않는 단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수차례에 걸쳐 초정약수를 체계적이며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시험 분석한 결과 세계 반열에 도달하게 한다. 초정약수가 세계 3대 광천수로 지정됐다고 하는 문헌은 1920년대로 1923년 2월에 발간된 ‘忠北産業誌’가 최초이며, 이보다 1년 전 1922년 「朝鮮 91호」 잡지에 요시키 야스(吉本彌三)의 ‘청주의 탄산천에 대하여’란 기고문에 잠시 언급된 것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세종 26년 2월 28일 왕비와 세자를 대동해 경기도 안성과 진천을 거쳐 청주까지 온 거리는 280리에 5일 정도 걸렸다. 세종이 2차에 걸쳐 초정리에서 머문 기간도 학자들에 따라 117일, 121일, 123일 등 각각 분분하다. 이는 출발일과 도착일을 포함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른 차이일 뿐 커다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확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초정일대에 행궁 조성사업이 진행돼 금년 말에 완공예정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세종과 세조이 머무렀다는 기록은 있지만 현장 발굴사업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궁 터를 발견하지 못했다. 초정광천수는 국내 물 산업의 발전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초정행궁 재현이 완성되면 옛 터의 진실여부 떠나 천연자원 초정약수의 보존과 한글을 창제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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