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잔치도 아니고 무슨 장사를 집안에서 한단 말이오이까?”

“그런 어두운 소리는 하지도 마시오! 큰 거래는 모두 그런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어째 모른단 말이오? 아무리 시골 구석에서 있다지만 지금 한양에서 돌아가는 상술도 모르면서 무슨 장사를 한단 말이오.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는 미구에 밥도 벌어먹지 못할 거요!”

목상이 비아냥거렸다.

“어르신, 그러지 마시고 상전 재목이나 좀 알아봐주시지요?”

심봉수도 목상의 이야기가 자기 목재나 팔아먹으려고 부리는 수작으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행수, 내 얘기를 잘 들어보시오. 자잘한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은 장꾼들을 상대로 상전에서 하지만 그 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오. 하지만 대궐이나 관아에 들어가는 물산은 그 양이 막대하오. 행상이나 보부상을 상대하는 것은 상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관아나 대궐의 벼슬아치나 한양의 거상을 상대하려면 그만한 격이 필요한 것이오! 실속도 중하지만 겉모양새도 엄청 중하오. 대행수 같으면 추리한 행상과 거래하는 게 마음이 놓이겠소, 아니면 풍기는 모양새가 말끔한 인사와 하는 게 마음 놓이겠소? 반대로 대행수가 벼슬아치라면 집도 빈약한 그런 장사꾼에게 공납을 맡기고 싶겠소, 아니면 으리으리한 상전을 가지고 있는 거상에게 공납을 맡기겠소이까? 안 하면 그만인데 내가 뭣 때문에 이리 장황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

목상이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생색을 냈다.

“목상의 얘기는 충분히 알겠지만 당장 우리한테 급한 것은 상전이외다. 자금력이 충분한 거상이라면 그 두 개를 한꺼번에 할 능력이 되겠지만 나는 시골 장사꾼이라 그럴 여력이 없소이다. 욕심은 생기지만 지금 당장은 상전 지을 형편도 넉넉한 편이 아니외다. 그러니 목상께서 상전 지을 목재라고 구해준다면 그것은 실수 없이 해결해볼 테니 힘을 좀 써주시오. 이렇게 다시 한번 부탁을 드립니다!”

최풍원이 솔직하게 속내를 내보이며 사정했다.

“거래를 안 하면 그만이지, 대행수는 뭣 때문에 그리 수그린단 말이오?”

박한달은 최풍원의 태도가 못마땅해 속이 뒤집혔다.

“박 객주, 지닌 것도 없이 허풍만 떨며 내 물건도 아닌 것을 백날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오. 차라리 애당초 내 속을 까보이고 내 분수에 맞는 애기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더 중하지 않겠소?”

최풍원이 박한달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야 그렇지만…….”

박한달이가 최풍원의 말에 수그리했다.

“목상께서 이번에 한 번 편의를 봐주신다면 절대 그 은혜는 잊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최풍원이 진심을 다해 목상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대행수는 우리 북진도중회의 수장이시우! 수장이 그리 고개를 숙이면 체모가 뭐가 되시우?”

잠시 수그리했던 박한달이 최풍원이가 목상에게 하는 말을 듣더니 또다시 벌컥 핏대를 세웠다.

“그깟 체모가 우리 도중회원들의 상전 짓는 일보다 더 중하단 말이오? 북진 장터가 살아나 우리 북진도중 객주들이 밥을 편히 벌어먹고 살수만 있다면 머리라도 방바닥에 찧을 수 있겠소이다! 박 객주는 체모가 중하오! 밥이 중하오!”

“…….”

최풍원의 대찬 물음에 박한달이가 답을 하지 못했다.

“대행수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외다. 나도 평생 장사를 하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당신 같은 장사꾼은 만나본 적이 없소이다. 큰 장사꾼이고 새끼 장사꾼이고 장사꾼이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없어도 있는 척 허세를 부리고 제 것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대행수는 대단하오이다. 내 이름은 태술이, 한양 광진에서 목상을 하고 있는 서태술이오! 인사가 늦었소이다!”

목상이 먼저 인사를 청했다.

“나는 북진여각 최풍원이외다!”

최풍원도 목상의 인사에 응했다.

“최 행수처럼 진심인 사람이라면 한 번 거래를 해보고 싶소이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소이다!”

“상전은 어디에 지을 것이오?”

“북진에 새로이 장을 열 생각이외다.”

“북진이라면 청풍고을 건너 나루터 아니오?”

“맞소이다! 북진을 아시오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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