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국회가 무엇을 협의했거나 타결했거나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가 오래됐다. 국회 무용지물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가 무능하다 못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5월 임시국회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표류 중인 추가경정예산과 각종 민생 법안의 처리가 다시 연기됐다. 그렇다고 6월 국회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법에 따라 매해 6월1일에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합의문구와 각 당 지도부의 공세적 발언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민주당은 3일 임시국회 개회를 목표로 교섭단체 3당 간 원내대표 회동을 한국당에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판문점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까지 국회 정상화 담판을 갖고자 했지만 한국당이 민주당의 일방적 협상 추진에 반발하며 불발된 것이다.

결국 6월 임시국회의 3일 개원은 무산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서는 사흘 전에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민주당이 사활을 걸었던 6조7천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 처리 시간표도 뒤로 밀리고 있다. 2일 현재 국회에 제출한지 39일째인 추경은 오는 8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45일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당은 6조7천억원의 추경 중 산불·지진과 미세먼지 대응 등을 위한 2조2천억원 규모의 재해 관련 추경만 떼어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선제적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나머지 추경은 ‘총선용’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뿐만 아니라 각종 민생법안의 장기 표류도 지속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관련 법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 및 카풀 관련법,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고교무상교육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등이 하루빨리 처리돼야할 민생법안들이다.

한국당은 정상화 조건으로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와 패스트트랙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수용 불가다. 선거제·검찰개혁법은 대다수의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법안이다. 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할 경우 패스트트랙지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수없이 만났지만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합의문에 담길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의 수위, 패스트트랙을 ‘합의 처리한다’ 또는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등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국회에 등원시킬 수 없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언젠가 해야 할 법안처리를 두고 자존심대결을 펼치는 것은 국민의 정서를 외면하는 못난 짓이다. 추경과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언제까지 본연의 임무를 외면할지 두고 볼 일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