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벌써 오래 전의 일입니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아픈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면 우선 교무실부터 찾아오고, 그 다음에 보건실로 갑니다. 그 다음 순서는 조퇴죠. 조퇴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아프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은 일정한 공통점을 보입니다. 특히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픈 증상이 많죠. 대부분 체했다고 배를 감싸 쥐고 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처방을 지어서 옵니다. 배 아프니 체했다고 믿고 소화제를 달라는 것이죠. 그러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은 뒤에, “이건 체한 게 아니고 냉방병이니 소화제가 아니라 쌍화탕을 먹어라.”고 처방을 바꿔 줍니다. 아이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소화제가 아닌 쌍화탕을 먹습니다.

사람은 몸이 안 좋으면 가장 먼저 소화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체하죠. 그런데 원인이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런 경우가 있고, 냉방병 때문에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손목을 짚고 맥을 보는 것인데, 맥의 원리를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오른쪽 손목의 촌(寸)부에서 맥이 세차게 뛰면 한사가 든 것입니다. 이것은 초보자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건 냉방병이다 소화불량이다를 구분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제가 대단한 도사님으로 보이죠. 그래서 가끔 아이들에게 제가 ‘공중부양’을 한다고 뻥도 칩니다. 실제로 학교 환경은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와는 많이 달라서 여름이면 냉방이 잘 됩니다. 덥다고 냉방을 틀어놓으면 아이들은 포대기를 가져와서 뒤집어씁니다. 왜냐하면 가장 더운 놈을 기준으로 냉방 온도를 정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원한 게 아니라 추위에 몸을 떨게 됩니다. 이러니 여름에 냉방병 환자가 속출을 합니다. 교무실로 아프다고 찾아오는 아이들 중의 80~90%는 냉방병 환자입니다.

동양의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한의학을 말합니다. 예부터 한의학이라고 부른 이유는, 그 학문에 체계가 한(漢) 나라 때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요? 동양이라면 중국만 있는 게 아닌데, 중국의 의학이 동양의학을 대표합니다. 인구수로 말하자면 인도도 중국에 못지않은데, 인도의학이 아니라 중국의학을 동양의학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인도의학을 동양의학이라고 말하지 않고 한의학을 동양의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방법론 때문입니다. 즉 음양오행이라는 독특한 사상과 이론으로 밑받침된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현상을 오행으로 귀납하고, 귀납된 그 결론으로부터 다시 연역하는 과정이 아주 정밀한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어떤 병이 나타나면 그 병이 왜 그런 것이며 그 이유가 어떤 것이라는 결론이 금방 머릿속에서 유추됩니다. 그래서 현실의 잡다한 현상을 오행이라는 몇 가지 원리로 유추하여 다음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가 동양 사회 전체(의학, 풍수지리, 명리학, 천문)에 살아있으면서도 정작 그런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 책은 없습니다. 그래서 의학에서 사용되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자세하게 풀어본 것이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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