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불은 인류의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종종 큰 재앙을 안겨준다. 불은 인류의 삶에 공기나 물과 같이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지만 자칫하면 큰 경제적 손실은 물론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무기다. 어릴 때부터 누구나 가장 많이 들어온 이야기 중 하나가 불조심이지만 매일 뉴스 시간이면 크고 작은 화재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슬픔에 잠기게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세 번의 불을 꺼서 화재를 예방한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어느 겨울날 동생과  이웃에 사는 두 살 어린 후배와 함께 셋이 산 밑에 논에서 썰매를 타다 발생한 사건이다. 날이 추워 썰매장 한쪽에 불을 피우고 손을 녹여가며 썰매를 탔는데 갑자기 산으로 불이 붙었다. 후배가 썰매장에서는 불이 시원찮으니까 낙엽이 있는 산 밑에다 불을 옮긴 게 화근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고 겁이나 셋이서 집으로 몇 미터 도망가다가 그러면 안 되겠단 생각에 다시 화재 장소로 달려가 소나무 가지를 꺾어 정신없이 끄다보니 천우신조로 기적같이 불길을 잡았다.

몇 십년 전 일이지만 그때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에 몸서리치곤 한다.

두 번째는 90년대 초 단양 어상천 근무 시 산불 진압이다.

휴일 오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면에서 확성기로 어느 산에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리어 면 직원들과 함께 달려가 진압을 했는데 다행히 초반에 불길을 잡아 큰 피해를 막았다.

세 번째는 얼마 전의 일이다.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시골 정원에 가서 나무전지를 하고 있는데 저녁 무렵 마을 입구에서 나뭇잎 태우는 소리가 들려 누가 쓰레기 소각하는가보다 하고 어두울 때까지 일을 계속 했다. 한참 후 일을 마치고 차를 타고 나오는데 불이 있는 곳에서 이웃주민이 불을 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살펴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황급히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삽을 들고 주민과 합세해 흙으로 덮어가며 진압을 했다.

땀이 범벅이 되도록 한참을 끄다보니 불길은 잡혔지만 속에서 연기가 계속 나와 물을 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지난달에 나무 옮겨 심느라 구입한 호스가 떠올라 차에서 꺼내 수도에 연결해 물을 뿌렸다. 연기가 완전히 멎을 때까지 끄고 나니 밤 10시가 됐다. 흙투성이에 땀범벅이 된 지친 몸으로 집에 오니 아내가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 묻길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큰 일했다고 칭찬을 하며 막걸리를 따라주어 맛있게 마시고 피로를 풀었다.

그날 화재지점은 주택이 있는 바로 산 밑이었기 때문에 그때 만약 진압을 못했다면 대형 산불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 주민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날 차에 있던 호스가 백만불짜리였다는 찬사에 같이 웃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불이었다.

이번 화재 진압을 하고서 어릴적 화재에서부터 세 번의 화재 진압으로 큰 재난을 예방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꼈지만 불은 항시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얻었다.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