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밤이 으시 깊어가는 데도 영춘의 용진나루 주막거리는 불이 꺼질 줄 모르고 시끌벅적했다. 비록 영춘이 남한강 최상류 백두대간의 깊은 산중에 있다하나 영동·영서와 영남을 연결하는 요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게다가 말만큼 빠른 물길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각지에서 몰려든 장사꾼, 뱃꾼, 나그네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주막마다 장등을 내걸고 색시들의 장구소리와 창하는 소리, 술꾼들 타령소리가 뒤섞여 왁자하게 흘러나오며 밤인지 낮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대행수님, 아침은 자셨소이까?”

이튿날 아침나절이 되어 심봉수 객주가 주막으로 찾아왔다. 그리고는 최풍원 일행을 데리고 용진나루로 갔다. 지난밤 이슥하도록 그렇게 흥청거렸음에도 벌써부터 주막집 앞 나루터와 강가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지난밤에는 어둠에 쌓여 보지 못했던 통나무들이 물가 모래밭에 산처럼 쌓여있었다. 산더미를 무더기로 옮겨다놓은 것처럼 나루 전체가 산처럼 쌓아올린 아름드리 통나무로 덮였다. 나무 더미 사이마다 삼삼오오 짝을 맞춘 목도꾼들이 통나무를 어깨에 멘 채 줄지어 물가로 나르고, 강물에서는 떼매기꾼들이 목도꾼들이 옮겨다놓은 통나무를 엮어 동가리를 만들고, 좀 더 깊은 물속에서는 동가리를 모아 바닥을 엮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강물 위에 떠있는 뗏목은 못자리 판처럼 보이고 떼매기꾼들은 모를 심는 농군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 깊은 강심에서는 여러 바닥을 엮어 뱀처럼 길어진 뗏목을 띄우기위해 떼매기꾼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아침나절인데도 멀리 강 한복판에는 벌써 한양으로 떠나가는 뗏목들이 물길을 따라 실처럼 늘어지며 내려가고 있었다.

“심 객주 대단하구려! 저 많은 나무들이 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청풍도 산 좋고 나무도 좋아 인근에서 간간이 벌채된 목재들을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온 나루터에 산처럼 저렇게 많이 쌓여있는 통나무는 최풍원도 처음이었다.

“첫 떼가 내려가기 전 겨울 막바지에 쌓였던 통나무에 비하면 지금은 반에 반도 남아있지 않은 겁니다요!”

최풍원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도 심봉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한창 쌓였을 때는 얼마나 많았단 말이오?”

“이 나루터는 물론이고 저기 둔덕 위까지 맨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나무들이 빽빽하게 쌓였었지요!”

심봉수가 용진나루와 강 둔덕 위가지 가리키며 그 광경을 설명하려 애썼다.

“지금도 저렇게 대단한데 그때는 어땠을는지 짐작조차 어렵구려. 저렇게 나무가 많은데도 모두들 주인이 정해져 있단 말이지요?”

“그럼은요! 저렇게 마구 뒹굴고 있어도 벌써 가을 벌채 때부터 모두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요.”

최풍원이 무슨 뜻으로 묻는 말인지 이미 그 속마음을 알고 있는지라 심봉수가 단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심 객주, 장사라는 게 약조를 했다가 어그러지기도 하는 게 아니겠소? 나무장사라고 그런 일이 없지는 않을 것 아니오?”

박한달이가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심봉수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박 객주 물론이오! 나무장사도 장사인데 어째 어그러지는 약조가 없겠소이까. 하지만 약조가 어그러져도 금방 그 자리에서 작자가 정해지지요. 그도 그럴 것이 벌채해서 여기까지 내려오는 것이 품도 많이 들고 어렵지, 여기서부터 한양은 뗏꾼 둘 공가만 쓰면 그 다음에는 노다지로 남기 때문이오!”

심봉수는 나무에 관해서라면 무당 속곳을 훔쳐 입은 것처럼 사람들 속을 일어냈다. 박한달이가 혹시 서로 약조를 했다 어그러진 나무라도 있으면 달라고 할 것을 먼저 알아채고 쐐기를 박았다.

“심 객주, 노다지 남는다면 얼마나 번다는 거요?”

최풍원이 물었다.

“대행수님, 나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저런 궁궐떼는 부르는 게 값이고 저런 부동떼도 한 동에 삼사십 냥은 넉넉하게 받을 거외다. 그러면 한 동에 삼십 냥을 받는다 해도 한 바닥이면 백오십 냥에 세 바닥만 몰고 간다 해도 오백 냥입니다요. 저런 떼가 물 때 좋으면 하루에도 수십 바닥이 내려갑니다. 그러니 그게 얼마겠습니까요. 저기 뗏꾼 둘 앞사공과 뒷사공 고전을 보통 소 한 바리 준다고 하는데 아주 좋은 소도 스무 냥이 채 가지 않으니 단박에 셈이 서지요?”

심봉수가 강을 따라 내려가는 뗏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