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웃나라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연일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꿈꾸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이 채 잊혀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본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해 호위함 ‘가가’에 승선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연대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일이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대북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말 국내 최대 규모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와 ‘이즈모’ 2척을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최신예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갑판을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겠다는 명분에 미국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갑판 시찰을 마친 두 정상은 헬기 격납고로 이동해 자위대원 및 미 해군 500여명 앞에서 훈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이렇듯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즈음,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남북미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일본 방문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하는 전화 통화를 가졌다. 한미정상간의 전화통화가 한 외교관에 의해 강효상 자유한국당의원에게 전달됐고 강 의원은 이를 자랑스럽게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한 외교관의 일탈과 언론에 노출되고 싶어 안달난 정치인의 추태다.

일본과 미국이 군사문제로 견고해지는 일은 우리가 매우 경계해야할 일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한다면 대한만국의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한국방문을 요청해야 한다. 두 정산간의 전화통화 내용을 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는지, 강 의원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외교 기밀을 유출한 외교부 직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 공직자가 직책을 이용해 정치권에 정보를 넘기는 행위는 국익차원에서나 직업윤리 차원에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출경위를 보니 한사람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여러 사람의 협조나 묵인이 있었다.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외교관은 우리 정부의 대외외교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외교관들이 오히려 국가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정부의 대미외교에 장애를 초래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강 의원은 눈앞의 이익을 쫓느라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국기문란에 대한 한 치의 고민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강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미동맹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정치적 사익을 위해 국가기밀을 악용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조직을 동원하는 일이야말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다. 한국당 역시 정치인의 몰염치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태의 배경과 목적 등을 밝히고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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