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역사 100년이 되는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세계 최고의 상을 받은 만큼 국제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칸 영화제에는 한국영화계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려 성과를 낸바 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후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한국 장편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본상과 인연이 없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상영직후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8분이나 이어졌다. 세계 각국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영화 ‘기생충’이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배경이 한국이지만 세계인 모두의 삶에 연관있는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다. 세계의 언론은 ‘기생충’에 대해 “사회 계층 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라고 소개하며 “극중 주인공이 끄는 메르세데스 벤츠만큼 부드럽게 전개되는,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 장르”라고 평했다.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의 본선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칸 영화제의 대상이다. 세계에 3대 영화제가 있으나 이들은 대상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수여한다.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 베를린 영화제는 황금곰상이 대상에 해당한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매회 20여편 내외가 초청된다. 수상작(자)은 영화제 마지막 날인 폐막식에서 가려진다. 대상인 황금종려상과 함께 그랑프리(2등상·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3등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감독상 등이 수여된다.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봉 감독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수상소감에서 만화를 좋아하던 열두 살에 처음으로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봉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꼼꼼한 사전작업으로 유명하다. 봉 감독은 1993년 단편 ‘백색인’을 시작으로 2000년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신인감독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으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랐으며 2006년 ‘괴물’로 천만 감독이 됐다. 2009년 저예산 영화 ‘마더’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뉴욕영화제 메인프로그램에 초청됐으며 2013년 ‘설국열차’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하기도 했다. 그가 지속적으로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계급 사회와 빈부격차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그려내는 것으로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기생충’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기생충’은 현재 세계 192개국에 판매됐다. 세계에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BTS(방탄소년단)와 같이 한국문화는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문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