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남구만(南九萬)은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냈고, 청구영언에 전해지는 ‘동창이 밝았느냐’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의 집 뒤쪽에 넓은 연못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마을사람들이 종종 낚시를 하곤 했다. 하루는 친척들이 낚시를 권했다. 남구만은 낚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 그저 건네준 낚싯대를 종일 드리우고만 있었다. 결국 그날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곁에 있던 친척이 남구만의 낚싯대를 꺼내보고는 말했다.

“바늘 끝이 안으로 너무 굽어 고기가 물기도 쉽지만 뱉기도 쉽게 생겼습니다. 끝을 조금 밖으로 펴면 물고기가 물겠습니다.”

그 말대로 남구만은 바늘 끝을 펴서 다음날 다시 낚시를 드리웠다. 하지만 종일 기다려도 역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했다. 곁에 있던 친척이 말했다.

“바늘 끝은 잘 펴졌으나 태의 둥글기가 커서 고기가 삼킬 수 없게 생겼습니다.”

이에 남구만이 둥글기를 좁게 만들어 다음 날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다. 이번에는 종일 기다려서 겨우 한 마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친척이 말했다.

“굽힌 끝이 너무 길어 고기가 삼킬 수 없게 생겼습니다.”

남구만은 즉시 끝을 줄이고 다음 날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기가 자주 물기는 했으나 낚싯줄을 당기면 다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친척이 말했다.

“찌가 떴다 가라앉을 때는 물고기가 입질하는 것으로 이때 갑자기 당기면 너무 빠른 탓에 물고기가 달아나고, 찌가 잠겼다 나오는 것은 물고기 삼켰다가 뱉은 것으로 이때 천천히 당기면 늦게 됩니다. 그러니 잠길락 말락 할 때 당겨야 합니다.”

남구만이 그 방법대로 해보니 그날은 종일 서너 마리를 잡았다. 그래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러자 곁에 있던 친척이 말했다.

“낚시 법은 금방 들어도 잘 아시지만 낚시의 묘(妙)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더니 그 친척이 남구만의 자리로 와서 남구만의 낚싯대 그대로 물에 드리웠다. 그러자 달라진 것은 사람이 바뀐 것뿐인데 그는 쉴새없이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그걸 본 남구만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대가 말한 낚시의 묘가 무엇인지 내게도 가르쳐줄 수 있겠소?”

그러자 그가 말했다.

“오래 동안 낚시를 하다보면 몸에 저절로 배는 것이 묘입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뜻을 모으게 되면 그때는 손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가 있을 겁니다.”

남구만이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찬탄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훌륭하도다! 어찌 묘라는 것이 낚시뿐이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남구만이 지은 ‘약천집(藥泉集)’에 있는 이야기이다. 불식지공(不息之工)이란 천천히 하더라도 늘 꾸준히 이어가면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배우는 일이 그렇고, 먹고 사는 일이 그렇고, 사랑을 하는 일이 또한 그렇다. 청년이라면 가슴에 새겨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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