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뗏꾼들의 말처럼 짐배들은 어느 정도 강물이 줄어들어도 옮길 수 있었지만, 뗏목을 사람 힘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물 수량이 줄어들면 바닥이 드러나는 여울에는 물길을 냈다. 그 물길을 따라 배끌이들이 짐배들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뗏목은 짐배와 달랐다. 우선 뗏목은 짐배에 비해 크기부터 엄청나게 컸다. 뗏목은 나무의 굵기나 길이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눠지는데 어떤 뗏목이라도 짐배에 비하면 길고 넓었다. 보통 떼는 한 동가리씩 엮는다. 한 동가리는 보통 서른 개에서 마흔 개 정도의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다. 그렇게 엮은 한 동가리의 너비는 열다섯 척에서 스물여덟 척, 길이는 스무 척 내외였다. 그런 동가리 다섯 개를 엮어 만든 뗏목을 한 바닥이라고 했다. 뗏꾼의 경력에 따라 달라지기는 했지만 노련한 뗏목꾼은 뗏목 세 바닥을 한데 묶어 한양까지 천리가 넘는 물길을 헤쳐 갔다. 뗏목 세 바닥이면 열다섯 동가리로 무려 길이만 삼백 척이었다. 언뜻 나무 수로만 계산해고 오륙백 그루가 되는 무지막지한 양이었다. 그런 뗏목을 갈수기에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풍원의 물음에 뗏목꾼들이 콧방귀를 뀌는 것은 당연했다.

“목상이오?”

“목상인데 저런 정신없는 소리를 하겠는가?”

“하기야 목상이라면 갈수기에 떼를 띄우겠다고 하지도 않겄지!”

떼꾼들은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으며 최풍원의 궁금증에는 관심도 없었다.

“떼꾼들은 여게 사람들이오?”

어떻게라도 말을 터보려고 최풍원이 알분을 떨었다.

“아니오. 우린 둘 다 영월 아라리 사람이래유!”

“그런데 워쩐 일로 이 밤중에 영춘 주막에서 이러고 있으시오?”

“우리 같은 뗏꾼들이야 강물이 얼어 뗏일을 멈출 때까지는 내가 가서 드러눕는 구들이 내 집이 아니드래유?”

“이번 한 행보만 더 갔다 오면 갈수기라 장마 전까지는 떼도 못 탈 테니 그때나 한번 다녀올까나?”  

“영월에서 떼를 타면 될 일을 뭣 때문에 여기 영춘까지 와서 떼를 타시오?”

“이 양반 완전 숙맥이구려. 영월에서 떼를 타야 돈이 되오? 영춘에 와서 큰 떼를 타고 한양을 다녀와야 돈이 되지 않드래유!”

최풍원의 물음에 떼꾼들은 사사건건 핀잔이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딴전을 피우며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워낙에 거친 일을 하는 떼꾼들이라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끝마다 퉁망스럽다.

“그럼 영월에서 내려오는 떼와 영춘에서 내려가는 떼가 다르단 말이오?”

“당연한 것 아니래유?”

영월 아라리에서 왔다는 뗏목꾼은 당연한 걸 뭣 때문에 묻느냐는 식이었다.

동쪽 오대산 우통수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평창과 영월을 지나 영춘·단양·청풍·충주를 지나 서쪽의 한양으로 흘러갔다.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동쪽에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높은 산맥으로 되어있어 높고 서쪽은 구릉과 평야지대가 펼쳐져있어 낮은 지형을 형성되어있었다. 평창과 영월은 백두대간의 동쪽 깊은 산중에 있는 고을이라 그곳을 흐르는 강 또한 깊은 협곡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기러기에 강폭이 좁고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큰 떼를 띄울 수 없어 작은 떼인 골안떼를 만들어 일단 영춘의 용진나루로 보내졌다. 그러면 용진나루에서 다시 큰 떼를 만들어 한양까지 몰고 갔다. 뗏목의 크고 작은 구분도 있었지만 이를 모는 뗏꾼들도 엄격하게 나누어졌다. 처음부터 뗏꾼이 큰 떼를 몰고 한양까지 내려가는 법은 없었다. 처음에는 평창이나 정선 동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작은 골안떼를 인수받아 영월의 덕포나루나 영춘의 용진나루까지 운반하는 것부터 시작해 경험이 풍부해지면 천리가 넘는 험한 물길을 헤치고 한양까지 가는 뗏꾼이 되는 것이었다. 물위에서 하는 일이라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막에서 만난 뗏꾼들은 한두 번쯤은 저승 문턱까지 다녀온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최풍원의 사소한 궁금증이 귀찮을 만도 했다.

“돈도 많이 벌었겠소이다!”

“나도 아라리에서 비알밭 농사를 짓다 하도 살림이 어려워 열여덟에 떼밭에 발을 들여놓아드래유. 농사에 비하면 떼를 타면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지유. 큰떼를 한 번 몰고갔다오면 소 한 마리가 생겼으니 큰벌이 아니드래유? 그런데 떼꾼 돈은 돈도 아니래유!”

뗏꾼이 허허로운 표정을 지었다.

“떼꾼 돈은 돈도 아니라니요?”

“썩쟁이들 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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