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졌던 5·18의 진실들이 39년 만에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직접 광주민주화운동 발생을 유도하는 기획에 참여한 허장환씨와 당시 미 육군 정보요원으로 일한 김용장씨가 광주시민들 앞에서 직접 목격하고 상부에 보고했던 1980년 5월의 상황을 증언 했다.

이들은 어렵게 증언에 나선 이유에 대해 “과거 정부와 다르게 현 정부는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로서 어떤 권력기관과 결탁하지 않은 순수한 국민의 정부라는 점에서 용기를 내게 됐다”며 “이번 정부에서 5·18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영원히 묻히게 될 것이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씨가 광주를 방문해서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한 김 씨와 허씨는 신군부의 5·18 기획설을 거듭 증언했고 광주항쟁의 역사를 지금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군부가 기획대상지를 광주로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도시 규모와 역사성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란사건으로 엮기 위해 가장 적절한 곳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러 요원이 전두환 씨의 광주 방문을 목격했다며, 이후 발포가 이뤄진 점을 들어 사살명령이라고 지적했다.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신군부 기획에 참여한 허씨도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덧붙였다. 1980년 5월21일 공수부대가 도청에서 외곽으로 철수한 것이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며 사복차림으로 시민들 속에 숨어들어간 편의대는 유언비어 유포조, 장갑차 탈취조, 무기고 탈취조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증언은 사실 광주민주화운동관련 단체와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떠돌던 이야기였으나 이번에 결정적인 증언이 이루어져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을 좀 더 정확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야무야됐던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돼야 한다.

5·18 당시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씨는 당시 편의대 역할에 대해 시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편의대는 시민 속으로 파고들어가 경상도 사람들이 광주사람들을 다 죽이려 한다, 북한 특수군이 들어왔다, 광주세무서를 불 지르자, MBC를 불 지르자는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MBC와 광주세무서가 불에 탔다. 편의대는 한 번에 20명~30명이 와서 임무 수행하고 철수 하고, 다른 편의대가 와서 다른 단계의 일을 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연일 광주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5·18 기념일을 맞아 광주가 술렁일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며 망언을 일삼은 의원들을 하루빨리 징계하고 5·18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위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는 39년 전 진실을 밝히는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현재 어렵게 증언에 나선 사람들의 나이도 70대 후반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더 늦기 전에 조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두 사람의 주장대로 이번 정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봐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