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평동나루 건너편 강가 언덕 비알로 교리와 학현마을 민가들이 옹기종기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새떼처럼 보였다. 교리는 청풍장이 열리는 읍리 윗말인 읍상리와 나루터로 이어졌다. 이 나루터를 읍리 사람들은 읍리나루터라 부르고 교리 사람들은 교리나루터라 각기 불렀다. 교리 사람들은 곡물이나 땔감을 팔러 청풍장에 가기위해 이 나루터를 이용했다. 평동나루 언저리에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룰 정도로 많아 일명 버들구미나루라고도 불렸는데 금수산이 흘러내린 골짜기를 따라 마을이 있는 학현리와 연결되었다. 청풍 인근에는 물길이 닿는 마을마다 수많은 나루터들이 있었다. 내매나루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진도나루·능강나루·늪실나루가 있었다. 진도나루는 도리와 도화리를 능강나루는 지곡과 능강을 늪실나루는 늪실과 강 건너 하천리 술메기를 연결해주는 나루였다. 이렇게 강을 따라 나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골골마다 마을도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고 보면 바깥에서는 도무지 사람 살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산고랑탱이도 돌아가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민가들이 가가호호 똬리를 틀고 있었다.

최풍원 일행과 박한달 객주가 만난 곳은 강수에게 일렀던 대로 내매나루에서였다. 최풍원 일행이 다불리 쪽 내매나루에 이르러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강수와 박한달이 당도하기를 기다렸다. 일행들이 쉬고 있는 사방이 산이었다. 등 뒤로는 두무산·독수리봉·촛대봉·수리봉·형제바위산이 첩첩하고, 강 건너 내매 마을 뒤로 제일 뒤로 금수산·망덕봉 봉우리가 우람하게 모든 산들을 감싸 안으며 그 앞으로 부처댕이봉·알봉·가은산·둥지봉이 내매 마을을 둥지 안 새알처럼 품고 있었다. 내매마을은 스무여 호쯤 돼보였고 강가 풀밭에는 서너 두의 누렁이가 한요롭게 풀을 뜯고 온통 붉은 빛깔의 밭에서는 사람들이 허리를 굽힌 채 뭔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대행수, 워쩐 일로 나를 불렀소이까?”

박한달 객주가 일행들이 쉬고 있는 나루터로 황급하게 달려오며 물었다.

“영춘을 가는 길에 동행이나 할까 해서 그랬는데 긴한 소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긴한 볼일이 있더라도 대행수가 부르면 열 일 제치고 달려와야지요!”

“실은 북진장터 상전을 지을 목재를 알아보려 영춘 심 객주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이모저모에 밝은 박 객주 도움이 필요해 불렀습니다.”

“오면서 동몽회 대방으로부터 대강의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목재 일이라면 김상만 객주가 뗏목도 했으니 적격자가 아닐까 한데 굳이 날 부른 이유가 좀 그렇습니다요.”

박한달 객주가 목재에 관한 일이라면 한때 뗏목 일을 하며 잔뼈가 굵은 김상만을 청하지 않고 자신을 지목한 까닭에 대해 미심쩍어 했다.

“목재를 살 일이라면 그러하겠지만 이번 행보는 목재도 구해야하지만 타협을 해야할 일이 더 중해 아무래도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수완이 좋은 박 객주가 같이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리 했소이다.”

“대행수가 뜻한 대로 내가 도움이 될까 모르겠소이다!”

“그건 염려 마시고, 요즘 청풍도가 돌아가는 소식을 들은 게 없소이까?”

최풍원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요즘 청풍도가 돌아가는 사정을 박한달에게 물었다.

“청풍도가 노략질이야 이제껏 해오던 일이라 별다를 것도 없고 한데 요즘 나루터를 중심으로 주막집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어보면 경상들 불만이 많은 것 같더이다.”

“경상들이 청풍도가에 불만을 품고 있단 말이오?”

“그렇다오!”

“이제껏 서로 주고받으며 거래를 잘 해왔을 터에 불만은 무슨 불안이 많단 말이오?”

“세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청풍도가에서 경상들에게 갑자기 과한 선세를 물리고 있다고 하더이다!”

“청풍도가에서 갑자기 과한 선세를 징수하는 까닭이 뭐요?”

“그것 또한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번에 새로 부임한 청풍부사와 관계가 밀접한 것 같더이다.”

“청풍부사 때문에 경강선에 대한 선세가 올랐다고요?”

“새로 온 청풍부사는 전임 부사보다도 더한가 보더이다!”

“늑대 피하려다 호랭이 만난다고, 세월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고랑탱이로 쑤셔 박히기만 한단 말이오?”

최풍원이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저리되면 경상들은 물건 값을 올릴 터이고, 그걸 받아 파는 청풍도가나 보부상들 역시 그만큼 더 값을 올려 받아야 할 터이니 결국 죽어나는 것은 고을민들 아니겠소이까?”

박한달 역시 최풍원처럼 답답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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