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내가 민예총에 가입한 건 2005년이다. 충북작가회의에 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예총 회원이 되었다. 민예총은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 대학에 다니는 선배들이 젓가락 장단에 목 놓아 부르던 민중가요처럼 익숙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았고 존경할 만한 선배도 많았다. 권력을 탐하지 않고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으며, 자기 예술에 겸손할 줄 알고 기꺼이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 싸웠다. 참 사람 다운 사람이 많았다. 

1987년 충북문화운동연합을 거쳐 충북민예총이 1994년 창립되었으니 민예총에서 나의 역사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30대를 지나 40대 중반을 넘기도록 민예총과 함께하면서 여러 선배와 후배와 친구를 만났다.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참 한결같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청주의 예술이 다른 지역에 견주어 뒤처지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청주의 시민의식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도 알았다. 나에게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지역의 예술을 지켜온 선배와 가난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반면, 민예총이란 이름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고 부당한 대우와 편견에 맞서야 했다. 예술이 예술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종북좌파가 되어야 했고 블랙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권력자와 자본가에 빌붙어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자는 시정잡배에 불과하다. 예술이 시대의 모순과 아픔을 등진다면 누가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

청주민족예술제는 1994년 조선의병 청주성 탈환 402주년, 청주목 탄생 1048주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시작되었다. 공연, 전시, 체험, 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과 함께한 청주민족예술제는 민예총의 예술적 역량과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예술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스물여섯 번째를 맞는 2019 청주민족예술제의 주제는 ‘예술가, 다시 사람을 보다’이다. 우리 사회는 자본과 개발의 논리 앞에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4G시대를 넘어 5G시대에 도래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람의 가치와 존엄이 약해지고 인간성마저 상실되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나와 가족뿐 아니라 우리 이웃에게 따듯한 시선을 건네야 한다.

5월 16일 개막하는 청주민족예술제는 예술가와 예술가가 만나 하나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획전시, JAZZ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스 크레올과 서아프리카 그리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음악공연, 가야금 명인과 함께 우리 음악의 이야기를 나누는 전통음악공연, 착한사람 김삼봉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연극공연, 가족과 이웃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글을 통해 사람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시민체험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건강한 예술은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예술이다. 이것이 내가 민예총 회원으로 있는 이유이며, 민예총 예술가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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