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하나, 장터에서 텃세를 하거나 행패를 부려 장꾼들을 불안하게 만든 자, 동료와 술을 마시고 주정을 심하게 한 자, 행동이 올바르지 않은 자, 말을 불순하게 하는 자, 노름 잡기에 빠져 장사를 등한시 한 자는 모두 볼기  열 대를 치고 피해를 본 상대에게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나, 모든 북진도중의 회원은 동료회원의 애사 시 반드시 참석하여 장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야 한다. 부고를 받고도 상가에 가지 않은 자는 곤장 열 대에 벌전 석 냥을 내야한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어 부고를 받지 못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가에 가지 못한 경우 장사가 끝난 다음에라도 한 냥의 부의금을 전달한다.

하나, 모든 북진도중 회원은 언제 어디서든 도중회로부터 통문을 받으면 그 즉시 모든 일을 멈추고 달려와야 한다. 만약 도중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볼기 열 대와 벌전 한 냥을 내야한다. 또 도중회의에 참여하였으나 고의로 회의를 방해하거나 회의 도중 잡담을 한 자는 각기 볼기 열다섯 대와 볼기 열 대로 다스린다.

하나, 동몽회는 열여덟 살 미만의 총각을 회원으로 삼으며 우두머리는 대방이라 칭하고, 여각과 객주들의 모임인 상의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동몽회원들은 객주들의 명령에 불복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엄한 징치를 한다. 동몽회원은 열여덟 살 이하의 건장한 사내들로 조직하며, 나이를 넘겨 성인이 되거나 그 미만이더라도 혼인을 하여 일가를 이루게 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의회에 가입할 수 있다.

하나, 모든 북진도중 회원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경우라도 규약을 따라야하며 만약 위반을 했을 시 삼세번의 경고를 한다. 그런 이후에도 고치지 않고 여전히 규약을 위반한다면 죄의 경중에 따라 도중회의 결의를 통해 엄한 징치를 받거나 화원 자격을 박탈한다.

“이상으로 북진도중 규약을 어겼을 시 받게 되는 벌목 조항을 발표하였으니 모든 회원들은 오늘부터 우리의 이 약조를 반드시 지켜주기 바라오!”

김상만이 벌목조항 설명을 끝내고 선 자리에서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로서 우리는 오늘부터 북진도중회 일원이 되었소이다. 북진도중규약을 만든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함입니다. 우리같이 하찮은 인생들은 우리끼리 돌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소이다. 우리 장사꾼들은 이제껏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천시를 받으며 살아왔소이다. 장사꾼이 천한 업이니 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자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의 행실에도 문제가 없다 하지는 못할 것이오. 장사가 천한 것이 아니라 장사꾼인 우리 스스로 천한 대접을 받게 행동을 해온 것이 사실이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서로에게 연결해주는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장사꾼들의 소임임에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득을 남기기 위해 얼렁뚱땅 눈속임을 하고 팔면 그만이라는 검은 속셈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장꾼들은 물론 같은 장사 동료에게도 온갖 패악을 저질러왔으니 그럼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오이다. 이제 앞으로 우리 북진도중회의 객주들은 그런 패악을 일체 금해야 할 것이오. 무엇보다 중한 것은 우리끼리의 신뢰요, 우리부터 서로서로를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읍시다! 그 다음에는 우리를 찾아오는 장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합시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소이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신하여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오늘 발표한 북진도중회의 강령과 절목은 모든 회원들의 상호 권익과 장꾼들 보호를 위해 꼭 지켜야 할 사안입니다. 모쪼록 북진도중의 강령과 절목을 목숨처럼 중히 여기고 이를 지킴으로써 우리의 우의를 돈독하게 다집시다!”

최풍원이가 북진도중 회원들에게 단합을 강조했다.

최풍원의 끝말을 마무리로 북진도중의 모든 조직구성이 완성되었다. 북진여각의 최고 우두머리는 대행수라 부르고, 최고 의결기구인 도중회의 수장을 함께 맡도록 하였다. 그 아래 일곱 개 상전과 열한 개의 임방을 두고 우두머리 격인 객주를 두었다. 대행수를 비롯한 모든 객주들은 당연직 도중회의 임원이 되었으며, 여각을 비롯한 상전과 임방에 딸린 부보상들은 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도중회 아래 직속으로 동몽회를 두었다. 도중의 최고 우두머리인 대행수에는 최풍원이 선출되었다. 도중회의 열여덟 객주들은 발표한 대로 각 전의 책임자인 동시에 임원으로 임명되었다. 동몽회 대방에는 새로이 강수가 임명되었다. 그 연유는 그동안 동몽회 대방이었던 도식이는 나이가 이미 성인을 넘긴 지 오래여서 북진장 상전이나 그가 원하는 지역의 임방을 마련해 주기로 하였다. 이로써 북진여각의 상권을 넓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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