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모두들 찬동한다는 뜻으로 알고 지금부터 북진임방 강령을 발표하겠소! 내가 발표하는 강령과 김상만 객주가 발표할 절목의 목적은 우리 도중회원들 간의 권익과 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오! 나아가 이는 곧 우리 장터를 찾아오는 장꾼들을 보호하여 우리 상권을 더욱 공고히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오!”

이날 회합을 하던 중 가장 오랫동안 논의되었던 부분은 북진도중규약이었다. 북진도중규약은 북진도중의 계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서로간의 약조였다. 북진도중의 계원은 여각과 상전의 종사자들과 앞으로 설치될 임방의 모든 장사꾼들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이해관계에 민감한 장사를 하다보면 파생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터였다. 규약은 앞으로 생겨날 그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활하게 장사하기 위함이었다. 종일토록 계속된 회합에서 어느 정도 의견들이 정리되자 북진도중의 대행수가 규약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북진도중 규약문>

하나,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서로 간에 신의를 지킨다. 

둘,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어른을 공경한다.

셋,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물건을 강매하지 않는다.

넷,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다.

다섯,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동료가 곤경에 처했을 시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

여섯,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동료의 애사 시 반드시 참석한다.

일곱,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회원으로서의 맡은 바 책무를 다한다.

여덟, 북진도중에서 기별한 통문을 받는 즉시 어디에 있든 달려와 도중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아홉, 위 절목을 지키지 않으면 태형과 벌금으로 단죄한다.

열, 위의 규약을 어기고, 동료를 배신한 자는 제명함과 동시에 북진도중 상권 내에서의 모든 장사 활동을 엄금한다.

북진도중 최풍원 대행수가 새로 출발하는 북진도중의 규약을 공표했다. 지난 번 상전 객주들과 회합을 하며 발표했던 규약문과 대동소이했으나 그것은 반쪽 도중회의였고, 이번에는 북진은 물론 청풍의 모든 관내와 단양·영월의 상전과 임방 객주들을 모두 아우르고 난 다음 발표한 공식적인 규약문이었다.

“최풍원 대행수가 북진도중의 규약을 발표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의 규약을 위반했을 시 이에 상응하는 벌목 조항을 발표하겠소이다. 여러 객주들은 잘 듣고 숙지하여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일과 회원들 간에 낯붉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기 바라오. 북진도중 회원으로 도중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위반한 자는 다음과 같이 징치한다. !”

최풍원의 규약 공표가 끝나자 김상만이 규약의 세부조항과 어겼을 시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를 알려주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김상만이 발표한 벌목조항은 이러했다.

하나, 부모에게 불효한 놈은 곤장 쉰 대를 치고 재산을 몰수한 다음 도중으로부터 내치고, 젊은 것이 연세 많은 어른을 능멸한 놈은 곤장 마흔 대를 친 다음 삼년 간 장사를 못하게 하고, 자신에게 장사를 가르쳐준 선생에게 잘못한 놈은 곤장 서른 대를 쳐서 징벌한다.

하나, 정해진 물건 값을 더 받은 자는 볼기 서른 대를 친 후 받은 돈의 열 배를 토해내게 하고, 내 물건을 팔기 위해 남의 물건을 험담한 자는 볼기 스무 대와 받은 돈의 다섯 배를 토해내게 하고, 쓸 수 없는 파치 물건을 판 자는 볼기 스무 대에 받은 돈의 두 배를 물어주고, 동료 간에 주먹질을 하고 행패를 부린 자는 볼기 스무 대를 치고, 회원을 속여 믿음을 흐린 자는 볼기 스무 대에 벌전 열 냥을 내야한다.

하나, 북진도중의 회원으로서 장터에서나 행상 중에 위협을 가해 물건을 강제로 매매한 자는 매 스무 대를 치고 받은 돈을 돌려주며, 남의 물건을 훔친 자 역시 같은 매로 다스린다.

하나, 북진도중 회원으로 원거리 행상 중 객사를 하였는데 장사를 치러주지 않고 모른 척 한 자는 곤장 서른 대에 벌전 열 냥을 징수하고, 행상 중에 와병하여 객방에 누워있는 동료를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지나친 자는 곤장 열 대에 벌전 닷 냥을 징수한다. 또 객지 장터에서 동료 상인이 무뢰배 등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하고 피해버린 자 역시 곤장 열 대에 벌전 닷 냥을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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