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열 칼럼]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 신중하게 결정해야
[이세열 칼럼]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 신중하게 결정해야
  • 충청매일
  • 승인 2019.05.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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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현존 세계 금속활자본 ‘직지’는 말 그대로 현재까지 이보다 더 이른 책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직지’의 위상이 확고해 그동안 ‘직지’ 원본과 관련해 출처가 불분명한 위작 해프닝도 상당수 있어왔다. 또한 증도가자와 같은 비전문가들이 한 눈에 보아도 위작이 분명함에도 소수인들만의 주장으로 아직도 결말이 뒤숭숭하다. 

인쇄 메카 청주시에서는 이러한 일로 인해 ‘직지’의 위상 저락을 염려했다. 이는 ‘직지’가 청주의 자산뿐만 아니라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점에서 이제까지의 직지사업 정책을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재설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 중 하나가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명칭 변경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청주라는 지역의 한계성과 옛 인쇄에 국한되어 현대의 최첨단 미디어 매체까지 포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 왔다.      

청주는 ‘직지’ 문화브랜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도시가 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직지’를 죽여야 ‘직지’가 살 수 있다고 해 지나친 국수주의를 경계하지만 독일의 구텐베르크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금속활자보다 더 먼저 발명한 활자가 혹여 다른 고대 문명국가에서 발견될 확률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지’의 중심 사상은 불립문자(不立文字)로서 지극한 진리는 말로써 전할 수 없는 마음 없음(無心)이다. ‘직지’ 원본은 프랑스가 멸망하지 않는 한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가 경매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직지’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더 이상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혁명은 불가능한 일을 수행한다. 오늘날 모든 정보는 스마트폰 안에 있어 계급과 인종, 민족의 장벽을 넘어 누구나 이 정보의 바다를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영원히 발견 못 할 시는 완벽한 복원으로 ‘직지’의 가르침에 따른 방법 또는 지름길의 뜻(經)을 찾는 상(相 : 마음속에 스스로 지은 틀)에서 벗어나야지 젓가락 하나로 바다를 휘젓듯이 일저교해(一箸攪海)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물관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조급증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해야 한다. 인쇄관련 박물관은 시공간의 제약이 많은 전시보다는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국가를 넘어선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해야 함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서박물관이나 한지박물관, 미디어매체박물관과 같은 유사박물관의 통합체제 구축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대의 흐림이 바뀌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명칭은 심도 있게 시간적 여유를 논의돼야 할 사항이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단 시간 내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소수 기득권 권력층에 맞는 정책 결정은 더더욱 안 된다. 여러모로 한정된 사람이나 빠른 시일 내에 실상을 찾으려 하지 말고 늘 여여(如如)하게 있는 산하대지(山河大地)에서 방편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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