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직장인 A씨 합리적인 경조사 문화를 위해 자신은 자녀들의 100일, 돌잔치 등을 하지 않았다. 결혼이나 장례식 등은 모르지만 100일이나 돌잔치는 그야말로 가족들을 위한 자리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것은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A씨도 일부 가족만 참석한 채 조용한 저녁 식사로 이를 대신했다. A씨는 100일이나 돌잔치를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100일이나 돌잔치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 같은 원칙을 부인에게도 말하며 부인도 이에 동의, 직장 동료는 물론 먼 친·인척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직장 동료들의 100일이나 돌잔치를 모른 척 힘들었다. 자신이 참석하지 않았던 자리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동료를 보면 꼭 자신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번 원칙이 깨지자 다음에 참석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도 어려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지만 경조사비 걱정에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어느 달보다 챙겨야 할 날이 많다. 여기 계절의 여왕답게 5월에는 유독 결혼식도 많다. 이로 인해 성인 10명 중 7명이 경조사가 많은 5월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예상한 5월 경조사비는 15만9천원 수준이었다.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발표한 성인 3천68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의 달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6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가장 부담을 많이 느끼는 연령대는 40대(78%)였다. 이어 30대(73%), 50대 이상(60%) 순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66%)보다 여성(71%)이 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지출증가(44%)’였다. 이들이 예상한 지출예상 항목은 △현금지급(34%) △선물구입(27%) △외식(27%) 등으로 집계됐다. 경조사 한 번에 내는 순수 경조사비로는 5만원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63.1%로 가장 많았다. 10만원이 적정하다는 의견도 23.2%였다. 경조사비 액수를 정하는 기준으로 친분이 90.6%(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의 직급·위치 등 나와의 관계를 고려한다는 응답도 40.4%였다.

경조사에 민족 고유의 ‘품앗이’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도움을 받았으며 도움을 줘야 하는 의례적 사고방식이 현대에 와서 제도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풍양속이 이제 가정 경제의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며 하고 있다. 나는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소위 ‘장사’로까지 비유될 지경이다.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으면 가장 먼저 자신이 적어 논 명부를 찾아본다. 청첩장이나 부고를 보내온 사람은 나 때 왔는지, 축·부의금을 얼마나 냈는지 확인한다. 오랜 전통을 한 번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서로 돕자는 의미의 전통을 완전에 배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제 경조사 문화를 서서히 간소화해야 한다. 미풍양속으로서의 전통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수준을 넘는 경조사는 끊어야 한다. 이제 사회 전체가 지나친 경조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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